Christobal Leon (크리스토발 레온)

1980년 칠레 산티아고 출신의 애니메이터.


꿈, 공포, 외로움, 그리고 텅 비어버린 방. 주인을 잃고 침묵만이 감돌던 추억의 공간에 소음들이 들려온다. 소음은 자신의 숨결이거나, 혹은 한 때 품었던 환상에 대한 기억일 수도 있다. 사각의 벽에선 무채색의 나무들이 자라나고, 한 소년이 숲을 배회한다. 소년은 환영같은 숲 안에서 편안함과 공포를 느낀다. 그것은 어쩌면 한 소년의 은밀한 기억이거나, 한 소녀의 말 못할 상상이거나, 어쩌면 그도 아닌 전혀 다른 누군가의 망상어린 꿈일지도 모른다. 크리스토발 레온은 버려진 방 안에서 몰래 떠돌아다니는 유령들을 잡아 이야기를 만든다.

호아킨 코시냐(Joaquin Cocina, 1980)와 닐스 아탈라(Niles Atallah, 1978) 등의 동료들과 함께 제작한 <루시아(Lucia, 2007)>와 <루이스(Luis, 2008)> 연작은 강렬한 인상의 목탄화와 방 안의 사물들이 어둠 안에서 속닥거린다. 황폐해져가는 방과 정화되어가는 방으로 나타나는 마음의 모양. 소년과 소녀가 서로를 부르던 사랑의 속삭임은 점점 불안한 방의 명암으로 변해간다. 조그만 하얀 방에 놓인 조그만 의자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작은 공간(Der Kleinere Raum, 2009)>에서도 방의 환상들은 이어져, 아주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지는 순간의 의식이 된다. 스스로의 비밀스런 마음을 감춰놓던 사면의 벽과 천장엔 그들이 버려놓은 기억들이 흘러다닌다.


Christobal Leon (in collaboration with Nina Wehrle) ? videostill from ‘Der Kleinere Raum’
출처 : http://www.upstreamgallery.n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