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랑을 위하여 - 너와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그런 세대는 멸망해왔고, 또 앞으로도 멸망해가리라." (루크레티우스, "사물의 본성에 대하여" III,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의 권두언에서 재인용)
자본주의의 유입으로 인해 변해가는 몽골 사회. 탐험가 세키노 요시하루는 전세계의 문명을 찾아가는 인류학적 여행길 위에서 한 소녀를 만난다. 길고 긴 세월, 중앙아시아를 떠돌며 살아온 유목민들. 문명은 허허벌판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이들조차 속박하려 한다. 전통을 존중하지만 아이들만큼은 문명 안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할머니. 너무나도 다른 두 세계 사이에서 꿈을 키워가는 어린 소녀 푸지에. 수년간에 걸쳐 이들과 우정을 쌓아나가는 세키노. 좌절과 절망이 쌓여가는 시간, 하지만 대지를 소중히 아끼며 꾿꾿히 서있던 사람들. 떠나가는 이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희망을 놓지 않던 그들에게 미소가 사라져간다. 한 장의 사진. 묘비 위의 문명의 탑엔 표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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