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영, Cauchemar Series, 혼합재료, 가변설치, 2008, 부분
출처 : 네오룩닷컴

일시 : 2009.10.28~2009.11.03
장소 : 갤러리 토포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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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제멋대로이다. 일상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시간과 공간. 혹은 엉뚱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유년기의 추억이나 단순한 바람, 혹은 어떤 순간의 기억들이 뒤섞이며 낯선 풍경을 만들어낸다. 꿈은 잠에서의 상태에 불과할 수도 있고, 미신적인 예언의 한 장일 수도 있다. 박은영 작가는 이 모두를 감싸안으며 꿈 속을 걸어간다.

일관성 없이 오브제들이 놓여진 어지로움 속에서 빛무리들이 끝없이 맴돈다. 비밀의 문은 조금씩 열리지 않는다. 무작위로 혼재된 경험들은 한 번에 자신을 열어보이며 순간적으로 다가온다. 차근차근하게 진행되는 조리있는 이야기란 없다. 서사가 무너져버린 카오스. 기대나 예측은 허용되지 않는다.

공간은 환각으로 가득하다. 던져진 오브제들은 빛으로 투사되고, 투사된 빛은 그림자의 재(ashes)로 재변형되며 지속적으로 이지러진다. 미련이 많은 유령들처럼 기억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파편화된 기억들은 제멋대로 춤을 추며 이성의 판단이 빠진 네러티브를 생성한다. <Cauchemar>의 악몽은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주변을 배회한다.

구불구불한 설치물과 투명한 박스, 그리고 오브제의 형태가 남기는 잿더미들은 부유하며 지속적으로 흘러간다. 베르그송의 지속처럼 한순간도 멈춰설 수 없기에 규정될 수도 없다. 박은영 작가의 액체(liquid)는 잡을 수 없는 순간의 환영이다. 바라보는 이는 꿈의 끝자락에서 스쳐지나가며 사라져간다. 그저 잠깐의 미약한 흔적만을 남긴 채.

박은영 작가의 공간은 이질적이다. 어느 순간 낯선 도시에 던져진 이방인처럼 어지롭기만 하다. 뒤범벅된 기억의 끝없는 술래잡기. 비밀은 정리되는 순간 잘려나가고 기억은 순간의 느낌만으로 추억될 뿐이다. <Liquid ashes(액체적 재)>전은 작가의 모든 기억이 담긴 비서사적인 역사를 펼쳐보인다. 의미는 온전히 바라보는 이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