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 혜성과 같이 등장한(?) 아니, 결성된 윈터플레이(Winterplay). 대중들에게야 아직도 약간은 낯설지만, 재즈계에선 이미 한가닥한다는 인물들이 모인 그룹이기에 상당한 기대를 모으기도 했더랬다. 이들의 소식을 듣고 '오!'라고 짧막한 환성을 질렀지만, 특유의 게으름과 일에 치이고 있다는 명분 아래 뒷전으로 미뤄두곤 잊어버렸었다. 들어보면 분명 좋아할 거면서도...

그러던 작년 겨울, 한때 클래식 잡지사의 기자이기도 했던 플린이 필자에게 찾아왔다. 어느새 재즈매니아로 변신하여 눈을 반짝이며 들려주는 윈터플레이의 '멜론맨(Melon Man)'. 여기에 Fluxus Music에 상당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지인까지 합류하여, '콴도, 콴도, 콴도(Quando, Quando, Quando)'나 '못잊어(Cannot Forget)' 등이 수록된 윈터플레이의 첫앨범 "초코 스노우볼(Choco Snowball)"은 한 해가 지나서야 필자의 공간에서 눈발을 흩날리기 시작했다.



오디오로 윈터플레이를 음미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던 와중, 공교롭게도 윈터플레이의 공연티켓이 날아들어왔다. 한 해가 거의 저물어 가던 2008년 12월 27일, Fluxus Music의 뮤지션들이 릴레이로 총출동했던 "Real Live"에서 공연장으로 나온 그들을 만났다. 길쭉길쭉한 손발에 조막만한 얼굴, 허스키할 듯 말 듯한 보이스로 노래하는 혜원은 마치 여신과도 같았다. '집시걸(Gypsy Girl)'과 'I've Been A Bad Girl'은 그녀의 라이브를 들어보지 않고는 도저히 들어봤다고 말할 수 없으리라.

리더 이주한의 열정적인 트럼펫과 한글이 간간히 섞인 넉살좋은 영어농담은 자칫하면 무거워질 수도 있었을 공연장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었다. 'I love blues'라며 살짝 웃는 그의 모습에서 귀여운 애정이 느껴진다. 드라마 '누구세요'의 삽입곡 'Who Are You'와 광고 삽입곡 'Happy Bubble' 등, 윈터플레이도 유명한 곡이 있다며 겸손한 농담을 던지지만, 그가 해석한 레이 찰스(Ray Charles)의 'Hit the Road Jack'과 마이클 잭슨의 'Billie Jean'은 베테랑뮤지션으로써의 녹록하지 않은 관록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올해 2월 19일, 홍대의 클럽 에반스에서 그들을 다시 만났다. 첫번째 재즈클럽투어임에도 이미 입소문을 탄 공연장은 재즈애호가들로 가득했다. 2달 밖에 안 지난 탓인지 레퍼토리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 지난 번과 같은 대형공연장이 아닌 소규모 클럽에서의 윈터플레이의 숨결은 더욱 더 생생했고 뜨거웠다. 같은 눈높이에서 그들의 음악을 듣고 녹아내리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가끔씩 분위기를 잡으며 마이크를 빼앗는 최우준의 기타는 자신감이 넘쳐보였고, 대형공연장에서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각적인 테크닉이 감탄성을 자아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끝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으며 오직 콘스트베이스와 무표정하게 사랑을 나누는 베이시스트 소은규의 부드러운 손짓에서는 단호함마저 느껴진다. 유쾌한 객원 뮤지션들의 활기찬 움직임은 그들의 음악에 흥을 더한다.

이제는 일본에서의 활동으로 유명세를 더하고 있는 윈터플레이. 이번 9월에는 지방팬들을 위한 두 번째 클럽투어 등 각종 행사로 아껴주는 이들을 찾아간다. 9월 27~29일 대학로 이다소극장에서 예정된 'One Last Summer'는 윈터플레이와 함께 무더웠던 여름의 마지막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