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진, A woman reading, 한지, 목탄, 칼라, 캔버스에 커피, 170×170cm, 2010
출처 : 네오룩닷컴

일시 : 2009.08.26~2009.09.09
장소 : 갤러리 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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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준비 중'으로 방황하던 세 사람은 발랄한 플린의 집요함에 항복하며 갤러리 이즈로 들어갔다. 향긋한 커피향이 반겨준다. 홍차를 사랑하는 필자만 빼놓고 두 사람의 반응이 열광적이다. 김형진 작가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거리감있게 바라본다. 한눈에 뒤샹(Marcel Duchamp)이나 피카소(Pablo Picasso)를 떠올리게 하지만, 큐비즘(Cubism)의 전위성과는 달리 그의 작업은 권태로운 향기가 짙게 베어있다.

김형진 작가의 작업은 키치적이지 않아서 좋은 전시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컨템포러리 아트는 점점 키치와 콜라쥬로 압축되어가는 경향을 보여왔다. 더러는 키치적이지 않은 전시를 일부러도 찾아보지만, 소개할만한 전시를 찾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Illogical Tangram>전에서는 중국의 칠교놀이(Tangram)라는 퍼즐게임을 통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냈다. 칠교놀이란 하나의 정사각형을 1/4크기의 삼각형 2개, 1/8크기의 삼각형, 정사각형, 평행사변형 각 1개, 1/16크기의 삼각형 2개로 구성한 자유도 높은 퍼즐로, 보드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그리 낯설지 않은 게임일 것 같다. 김형진 작가는 퍼즐의 언어에 편안한 색감과, 커피향, 그리고 멀찍한 거리를 덧씌우며 일상을 말한다.

인스턴트 커피로 채색된 향긋한 작품들의 소재는 '~을 하는 사람'들이다. <A woman who reads something>이나 <A man who is waiting someone>처럼 무언가를 읽는 여자, 누군가를 기다리는 남자 등, 그의 작품 속 소재들은 이렇다할 특징이 없는 일반화된 존재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일상 속에서 너무나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풍경 속에 드리워진 무관심의 거리. 퍼즐된 사람의 형상에 인스턴트 커피가 지니는 향기와 색을 더해 현대인의 쓸쓸한 정형성을 차분하게 맛볼 수 있다.

김형진 작가는 이은정 작가와는 정반대의 시선에서 일상을 바라본다. 두 작가 모두 잠깐 서서 세상을 둘러보면서도, 한 사람은 쉼이라는 여유에 대한 파스텔적인 감상을 말하지만, 또 한 사람은 정지화면과 같은 완전한 멈춤을 통해 일상의 반복성을 상기시킨다. 이은정 작가에게 커피란 도시의 삶에서 잠깐의 휴식을 주는 향기였다면, 김형진 작가에게 커피란 도시의 틀에 박힌 삶에 대한 은유이다. 커피라는 지극히 기호적인 식품이 던져주는 일상에 대한 다른 시선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