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예총에서 열린 미학강의를 통해 진중권 교수를 처음 알게 되었다. 조곤조곤하지만 할 말은 다 하시는 분이라는 게 첫인상이었고, 그 때 들은 수업은 아직 기억에 많이 남아있어 틈틈히 인용하곤 했다. 필자도 중앙대 출신이지만 안타깝게도 진중권 교수가 임용된 건 졸업하던 해였다. 다시 한 번 꼭 듣고 싶었지만 강단을 빼곡 메운 학생들을 보며 그저 입맛을 다실 뿐이었다.

그전에도 이런저런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아마 진중권 교수가 세간에 널리 알려진 건 영 입맛이 안 좋은 "디 워" 논쟁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런저런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필자가 그 영화를 안 좋게 본 건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아리랑 때문이었다. 국적불명의 아리랑을 자랑하며 한국적이라고 우기는 감독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어쨌든 진중권 교수는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스타덤에 올랐다.

그리고 작년은 아마 파란만장한 그의 발걸음에서도 가장 파란만장했던 한 해가 아니었나싶다. 정치를 언급하고 싶지 않았기에 다소 조심스럽지만, 촛불문화제를 통해 그는 다시 한 번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필자도 촛불문화제에 잠깐 나가보기도 했었고, 부끄럽지만 진보신당의 별도움 안 되는 당원이기도 해서, 진보신당 컬러TV를 통해 그를 볼 수 있다는 게 서글프면서도 한 편으로 기쁘기도 했다.

과연 더 심해지기야 할까하며 꽤 오랫동안 잊으려 노력하며 지냈지만, 정초부터 영 기분이 나쁘더니만 역시 개운치 않은 한 해가 되고 있는 것 같다. 무서울 게 없다는 듯 독설을 날리던 진중권 교수의 눈물을 보니 마음 한 켠이 무너져내린다. 유치하고 치사한 논법이 판을 친다. 피곤해보이는 그의 표정이 불안하기만 하다.

중앙대생들에 대한 징계를 보며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 다닐 때에도 학기마다 수시로 총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는 모습을 봐왔지만, 징계를 맞았다는 소리는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고작 레드카드를 붙이고 나왔다고 징계라니, 이해관계가 맞물려있다고 생각하지 않고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애정을 가져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중앙대를 다녔던 건 꽤나 좋은 일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뒤늦게 기억에 찬물을 맞았다.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대학, 납득할 수는 없지만 이해해 줄 수는 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가혹한 대학은 납득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표면적으로나마 학생들이 주인이지 않은가. 피곤하다. 졸업한 학교에 대해서까지 말해야 한다니... 진중권 교수의 말처럼 "부디 학생들은 안 건드렸으면 좋겠다". 힘없는 학생들에게 잔인한 학교로 기억에 남지만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