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영일, 고뇌하는 짬뽕맨 3, 패널에 아크릴채색, 실크스크린, 125×80cm, 2009
출처 : 네오룩닷컴

일시 : 2009.08.26~2009.09.01
장소 : 인사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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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후덥지근했던 강렬한 태양이 한풀 꺾인 느낌이다. 한 달이 가고, 또 새로운 계절이 찾아오니, 각종 문화행사 소식도 풍성해져가는 것 같다. 새로운 전시소식이 한껏 날아든 8월의 마지막 주, 뭐하고 놀까하는 고민도 조금은 사그라든다. 가끔 들를 때마다 언제나 좋은 전시를 보여주었던 인사아트센터에서도 새소식이 날아들었다.

컨템포러리 아트에 관심이 있는 분에게 위영일 작가는 낯선 이름이 아닐 것 같다. 문래동 예술인마을에서 활동하기도 했으며 매년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그는, "짬뽕맨"으로 미술계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배트맨의 얼굴, 스파이더맨의 팔, 헐크의 상반신과 원더우먼의 하반신, 그리고 슈퍼맨의 망토까지 잊지 않고 챙겨놓은 그의 "짬뽕맨"은 과도한 욕심이 빚어놓은 어색함의 결정체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짬뽕맨" 시리즈는 이어지고 있다. <고뇌하는 짬뽕맨>과 <짬뽕맨 에로>의 병치는 마치 키치란 이런 것이다라며 놀리는 것만 같다.

왕성한 활동만큼이나 다양한 창작세계 또한 이색적이다. 이번에 선보인 <짬뽕룡>에선 대략 7종의 공룡이 뒤섞여있다. 익숙한 동화가 떠오른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얼굴을 찾기 위해 가장 예쁜 눈, 가장 예쁜 코, 가장 예쁜 귀 등을 섞어놓았더니 이상한 얼굴이 되었더라하는. 그의 작업 속엔 최선을 묶어놓은 최악의 장면이 있다. 황폐하고 우스꽝스러운 <십장생도>까지 보고 있자면 일종의 허무감마저 든다.

만화 속 히어로에 내재된 인간의 과욕을 꼬집어왔던 그는, 이제 역사 속의 인물들에게로 시선을 차츰 돌리고 있는 것 같다. <Six Star>는 위영일 작가가 차츰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키치적 개념예술의 한 과정에 있다. 키치적 개념예술이라니, 어쩌면 필자가 가진 색안경일지도 모르겠지만, <Six Star>는 원색의 바탕에 놓여진 6개의 별과 그 아래에 단순하게 기입되어 있는 이름을 통해, 역사 속 영웅전에 담겨있는 '선호되는 인물'과 '선호되지 않는 인물'이 병렬적인 비유로써 배치되어 있다.

위영일 작가의 작업은 통쾌하다. 좋다고 말해지는 것들을 기이한 방식으로 비틀며 즐거움을 준다. 필자는 작업에서조차 상당히 억제되어 있기에, 사실 그가 부럽기까지 하다. 유쾌한 방식으로 통념을 공격하고 대중의 기호를 비꼬는 위영일 작가의 위트, 미워하기에는 너무나도 재치가 넘쳐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