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페션(Confessions of a Dangerous Mind)>은 스티븐 소더버그가 기획하고, 조지 클루니가 메가폰을 잡았으며, 줄리아 로버츠 등이 출연한, 척 배리스(Chuck Barris)의 동명원작 자서전을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국내 개봉당시 반응은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이 영화는 충분히 곱씹어볼만한 냉소로 가득하다.

날라리나 양아치에 가까운 백수, 척(Chuck Barris, 샘 록웰)은 이리저리 여자들이나 희롱하고 다니지만 포부만큼은 큰 청년이다. 척은 데이팅게임(The Dating Game)이라는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기획하지만 방송국의 반응은 쌀쌀하기만 하다. 지금에야 리얼 버라이어티를 흔하게 찾아볼 수 있지만 5~60년대 당시에는 너무나도 파격적으로 생각되었던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그는 CIA 요원(조지 클루니)를 만나 비밀암살자로 활약한다면 그의 쇼를 방송에 내보내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듣게 된다. 마침내 TV쇼를 꿈꾸던 척은 인생을 쇼로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컨페션>은 미국에서는 상당한 이슈가 되었던 작품이다. 척 배리스의 원작은 실제로 겪었던 사실과 상상한 허구가 뒤섞여  느와르의 묘한 향취를 낸다. 무거우려다가 말고, 비웃으려다가 마는, 독특한 느낌이다. 홍상수 감독의 <남자는 여자의 미래다>가 너무 노골적이고 직접적이라서 관객의 심기를 어지롭혀 놓는다면, <컨페션>은 싸구려 휴머니티로 현대인의 이중적인 본능과 데카당스에 접근한다.

"그리 많은 국민들이 TV에 잠깐 얼굴 비치곤 비웃음 당하길 즐길 줄은 몰랐어." (영화 중 척의 대사)

척과 그의 연인 페니(Penny, 드류 베리모어)의 관계는 영화를 압축하고 있다. 데카당스와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평범한 여자였던 페니에게, 기민하면서도 본능에 충실한 척은 냉소어린 시선을 담아 말한다.

"널 사랑해 내 방식대로. 미친듯한 감정은 아니지만 그런 게 사랑은 아니잖아. 로맨틱한 사랑 그건 망상 아닐까?" (영화 중 척의 대사)

인물의 성격만큼이나 심리묘사와 정서묘사도 유별난 영화 <컨페션>은 관객의 감정이입을 지속적으로 방해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쓴다. 이로 인해 작품만큼이나 관객 또한 어정쩡한 경계에 서게 되며 어쩌면 자신을 비웃는 듯한 시선에 불쾌함까지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인간성에 대한 냉소를 가지고 있다면 이는 유쾌한 경험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