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의 황당함으로 보는 내내 어이없음을 느끼는 영화도 흔치 않을 듯 하다. 영화 <줄리아(Julia)>는 유괴한 아이를 또 다시 유괴당한다는 이야기로 실소를 자아낸다. 국내개봉 포스터에는 감동스토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 혼란스럽고 정신없는 스타일을 지닌 컬트적 색채가 강한 작품이다.

영화의 주인공 줄리아(틸다 스윈튼)은 첫인상부터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불안한 몸짓과 시선, 손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담배와 술, 신경질적이고 화려한 의상.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주변인도 없고 직장에서도 정을 붙이지 못한 채, 하루하루 되는대로 사는 줄리아. 유일한 말벗 밋치(사울 루비넥)는 그녀를 보다못해 알콜중독치료모임에 나갈 것을 권한다.

내키지는 않지만 치료모임에 나간 줄리아에게 낯선 여자 엘레나케이트 델 까스틸로)가 다가온다. 엘레나는 그녀에게 자신의 아이 톰을 유괴해달라고 부탁하고, 줄리아는 자신의 꿍꿍이를 가진 채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엉성하고 어이없지만 어쨌든 그녀는 유괴에 성공하고 엘레나와 아이의 가족들에게 몸값을 요구하며 도망다닌다.

영화 <줄리아>는 아무런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이 살아가던 줄리아가 아이를 만나면서 바뀌어가는 미묘한 과정을 포착해낸다. 처음에는 몸값에 지나지 않았던 아이로 인해, 매사에 부정적이고 냉소적이던 그녀의 시선은 차츰 따뜻해져 간다. 아무리 악한 악인도 하나쯤은 좋은 점이 있다고 했던가. <줄리아>는 인간의 밑바닥에 지닌 인간성을 찾아가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