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천재에 관한 이야기라 생각하고 그냥 지나친다면 큰 실수가 될 영화이다. 언듯 <피아노의 숲(ピアノの森)>를 떠올리게끔 하는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세상에 대한 약간의 비꼼과 평범함에 대한 온정이 있다. 어디서나 말썽꾸러기로 낙인찍혀버린 한 소년과 잘 나가는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던 선생님의 만남. 천재도 음악도 소재에 지나지 않는다. 교감이 영화의 중심에 있다.

음대를 나와 피아니스트만이 자신의 목표였던 지수(엄정화)는 생계로 인해 음악학원을 개원하게 된다. 처음에는 오직 재능이 있는 사람만을 받겠다며 자존심을 굽히지 않는다. 파리만 날리는 학원에, 자꾸만 찾아오는 아래층의 교양없는 피자가게 주인 광호(박용우)로 인해 점점 지수는 성격이 날카로워져만 간다. 지수는 마침내 자신과의 대타협을 결심하여, 동네꼬마들을 원생으로 받아 생계도 그럭저럭 해결하고 광호와의 사이도 점점 좋아지게 된다.

하지만 학원에는 불청객 꼬마가 있었으니, 지저분한 말썽꾸러기에 이상하게만 행동하는 아이 경민(신의재). 지수는 경민이 집에서도 천대받고 어디에서도 정을 붙일데가 없는 경민에게 동정심을 느낀다. 무료로 피아노를 가르쳐주던 지수는 경민의 재능을 알아보게 되고, 비록 피아니스트로써는 실패했지만 잘 나가는 피아니스트의 스승이 되기를 꿈꾸기 시작한다.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지수와 그녀의 친구 및 가족들 사이의 갈등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열등감에 대해 재치있게 표현해낸다. 잘 나가는 친구를 바라보며 유학을 보내주지 않은 가족을 원망하는 지수, 그리고 이런 지수를 불편하게 생각하고 평범해지기를 바라는 가족. 지수는 경민과의 교감을 통해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들을 서서히 인정하게 된다.

사람들은 가족과 친구들과 만나고 부대끼며 살아간다. 하지만 과연 서로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마음을 닫고 이해하려 들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약간은 유치하고 소박한, 아픈 현실 속에서 만들어내는 파스텔톤의 교감이 사랑스러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