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얼흥얼.

구름이 지나가며 바다를 바라보네,
너울이는 푸른 물결 이별을 안고 있지.
따스한 햇살 안고 편안히 잠들었네.

흥얼흥얼.”








소년은 그렇게 매일처럼 절벽에 올라갔어요.
하루하루가 지나고 소년의 꿈만큼 키도 자랐답니다.
그리고 절벽에 머무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어갔죠.







어느 날 소년은 절벽 위에서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어요.
“이제 잠시 오지 못할 거예요. 공부를 해야 되거든요. 공부가 끝나면 꼭 다시 찾아올게요.”
소년은 그렇게 정든 곳을 떠났답니다. 눈이 소복이 쌓인 날이었죠.







그 후로 섬에 둘러싸여 평온하던 바다에 소용돌이가 보이는 일이 잦아졌어요.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들이 기후를 변화시키고 있는 징후라며 위험을 호소했고,
또 어떤 사람들은 땅이 움직일 때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하며 혹시 모를 재난에 대비하자고 소리쳤죠.
그리고 울타리섬의 사람들은 배를 띄울 때면 바다의 평안을 비는 행사를 열게 되었답니다.







몇 해 지나, 눈이 포근히 내리던 크리스마스 이브,
항상 소년이 머무르던 자리엔 자줏빛으로 포장된 선물상자가 놓여있었어요.







그건 아마 오르골이라고 부르는 음악상자였던 거 같아요.
거기엔 슬프면서도 따뜻한, 그리고 낯설지 않은 멜로디가 담겨있었죠.
소년이 종종 절벽에서 흥얼거리던 노래였거든요.







이듬 해 봄, 소년과 오르골이 차례로 오갔던 자리엔 한 그루의 나무가 자라기 시작했죠.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새로운 생명을 이끌고 왔겠지요.
그리고 울타리섬의 바다는 다시금 예전의 조용함을 되찾아갔어요.
그 많던 사람들의 목소리도, 그 많던 행사도 점점 사라지고 잊혀져갔답니다.







시간은 흐르고, 흐르고, 또 흘러….







너무 조그마해서, 마치 들풀처럼 여리게만 보였던 나무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커져버린 어느 날이었지요.
울타리섬을 마주한 절벽에 오랜만에 손님이 찾아왔어요.
울타리섬은 한 눈에 그 두 사람을 알아볼 수 있었죠.







“아빠가 너만큼 어렸을 땐, 언제나 여기에 있었단다.
딱 여기, 이젠 이 나무가 차지해버린 이 자리였지.
여기엔 항상 내 말에 귀 기울려 주는 소중한 친구가 있었지.”
“이렇게 추운 곳에 말이에요?, 근데 그게 누군데요?”
“글쎄, 나도 만난 적은 없단다.
어쩌면 그저 내가 만들어낸 친구일 뿐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 친구 덕에 수많은 물고기들과 친구가 될 수 있었단다.
우리 가게에 있는 수많은 어항 속의 조그만 바다를 바라볼 때마다 이곳이 그리웠었어.
그 때 약속했던 의사선생님이 되지 못한 게 정말 아쉽구나.
이 절벽과 이 바다와, 그리고 울타리섬과 했던 소중한 약속이었는데….”







소년은 소년을 멀뚱히 바라보며 그저 갸웃댈 뿐이었죠.
소년은 빙긋 웃으며 지긋이 소년을 바라보았답니다.
오늘도 어제처럼 푹신한 구름을 품에 가득 껴안은 바다가 따스한 바람을 기다리고 있네요.







고요한 수면 위에 깃들어진 차양 위로
숨겨둔 인내와 미지의 유산들






창공을 걸어 다니는 작은 연은 볼 수 있을까
따뜻한 바람에 감도는 적막감







거울의 파편은 변화를 바라지만
시간의 거울은 같은 얼굴을 비출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