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empi come questi la fuga e l'unico mezzo per mantenersi vivi e continuare a sognare" (Henry Laborit)
"이런 시대에 살아남아서 꿈을 꿀 수 있는 길은 도피 뿐이다."

가브리엘 살바토레(Gabriele Salvatores)는 씁쓸한 동화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다. 1991년작 <지중해(Mediterraneo)>도 아름답지만 한 켠으로는 자조적인 웃음이 담겨있으며, 화두가 인상깊은 영화이다.

세계 제2차 대전 당시, 푸른 지중해 위에 있는 그리스의 작은 섬마을. 전쟁과는 무관해보이는 마을에 배치된 이탈리아 병사 8명. 처음에는 긴장해 있던 병사들은 평화로운 마을에서 지내면서 차차 마을사람들에게 동화되어간다. 병사들도, 이탈리아 본국의 군대도 서로를 잊어가며 지내던 어느 날 이들은 우연히 전쟁이 끝났음을 알게 된다. 아름다운 마을에서 사람들과도 친해진 병사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야할지 남아있을지를 고민한다.

영화 <지중해>는 전쟁이 한창이던 시대에 평화로운 마을에 들어가게되는 이방인 병사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웰컴 투 동막골, 2005)>과 유사하다. 적극적이고 낙천적인 남부유럽의 분위기와 소극적이고 정에 근거한 한국문화 사이의 차이는 재미있는 비교점이다. 두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에 있어서는 분명한 변별이 있다. <웰컴 투 동막골>은 전쟁의 의미에 보다 집중하는 반면, <지중해>는 자신의 삶에서 벗어난 일탈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중해>는 삶의 모든 심각함에서 벗어난, 인간의 행복 그 자체를 향한 솔직한 고백이다.

영화 속 지중해의 바다를 바라보다보면 저절로 꿈 속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평화롭기 그지없으며 다소 단선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이야기이지만, 이 작품에는 많은 사람들이 바랄 행복이 담겨있다. 삶에서 도피한 이들을 향한 감독의 온정어린 눈길이 따뜻하다. <지중해>는 문명의 야만이라는 말이 실로 와닿는 이 시대에 여전히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헌사이다.

"Dedicato a tutti quelli che stanno scappando"
"도피하고 있는 모든 이에게 바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