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 작품이다. 분명한 메시지나 펀치라인 등을 기대한다면, 이 영화는 실망스러울 것이다. 일상에 대한 덤덤한 묘사, 케이트 베킨세일(Kate Beckinsale) 이외에는 별다른 볼거리조차도 없는 영화 <스노우 엔젤(Snow Angels)>. 하지만 엔딩크리딧이 올라가고 곱씹어보면 볼수록 거슬리는 구석 또한 가지고 있다.

<스노우 엔젤>은 모호한 엔딩을 보여준다. 해피엔딩도 아니고, 그렇다고 새드엔딩도 아니다. 마치 물리학에서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보는 것과 같이 한 사람이 행복해지면 반드시 다른 한 사람은 불행해진다.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어떤 사람은 슬픔을 겪고, 또 다른 어떤 사람은 기쁨을 얻는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하나의 큰 질문이다. 모든 사람이 가지는 행복의 합과 모든 사람이 가지는 불행의 합이 언제나 동등하다면, 누군가가 불행해질 때 그로 인해 누군가는 행복해질 수 있다면...

데이빗 고든 그린(David Gordon Green)은 이 작품에서 삶이 가지는 모순을 바라본다. 다소 관조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그저 할 뿐이다. 그래서 오히려 <스노우 엔젤>은 불편하다. 내가 행복할 때 다른 사람이 불행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며, 다른 사람이 행복할 때 내가 불행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삶의 양면성이라는 것은 사실 진부할 수도 있고 흔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것을 직접 대면한다는 건 여전히 어려운 문제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