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의 일생을 통해 바라보는 시대의 의미,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I Served the King of England, 2006)>는 동유럽 특유의 유머로 묵직한 주제를 감칠맛나게 풀어낸다. <포레스트 검프(Forest Gump)>가 포레스트 검프라는 한 남자를 통해 미국의 주요한 사건들을 이야기했듯이,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도 디테(이반 바르네브)의 시선을 통해 현대 체코사에서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보여준다.

돈을 모으는데 재주가 남다른 키 작은 청년 디테. 디테는 우연히 만난 재력가 월튼의 도움을 받으며 성공가도를 달려나간다. 기차역에서 잡화를 팔던 그는 호화호텔의 웨이터가 되고, 재력가들의 삶을 바라보며 그들의 삶에 반하게 된다. 디테는 돈을 벌고 부자가 되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발휘하며, 한 단계 한 단계 위로 올라간다.

디테는 프라하 최고의 '파리호텔'에 채용되어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라며 자랑스러워 하는 다소 꼬장꼬장한 웨이터장을 만나게 된다. 웨이터장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꿈을 키워나가던 디테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에디오피아의 왕이 '파리호텔'에 묵게 된 것이다. 디테는 자신의 작은 키를 재치있게 활용해 에디오피아의 왕으로부터 훈장을 받게 된다.

그는 히틀러에 흠뻑빠진 독일여인 리자(줄리아 옌체)를 만나게 되고, 나치독일의 체코 침공 후 그녀와 결혼하여 성공을 이어나간다. 마침내는 호텔까지 인수하여 재력가 중의 한 사람이 된 디테. 공산주의당이 정치를 장악하고, 그는 자신이 가진 것은 오로지 돈 뿐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는 액자구성을 통해 노년의 디테와 젊은 날의 디테를 대비시킨다. 오로지 부자가 되는 것만이 목표였던 한 청년을 통해 삶의 의미와 시대의 의미를 되돌아본다. 부자가 되어도 누구와도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었던 디테.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지금 시대에 맥주 한 잔이 주는 즐거움을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