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인간에 관한 문제. 아마 이창동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이런 물음을 던졌던 게 아닐까?

"만약 신이 나를 배신한다면, 그러면 나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용서와 구원, 그 문제가 신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계속해서 제기된다. 모든 사람을 용서해주는 성스럽고 전지전능한 신과, 한 사람을 용서해주는 천박하면서도 바보같은 사람. 과연 어느 쪽이 더 숭고한가? 그리고 어느 쪽이 더 나에게 좋은가?

종교적인 구원, 눈에 보이지 않는 구원, 나의 옆에 있지 않은 구원, 그리고 인간적인 용서, 눈에 보이는 용서, 나의 옆에 있는 용서. 나의 숭고한 소망조차 구원하지 않는 구원. 나의 이기적인 복수조차 용서하는 용서.

'우리에게 좋다(It's good for us)'는 건 자기위안이나 상대를 속이기 위한 거짓말일 뿐일지도 모른다. 어떤 것이든 '나에게 좋다(It's good for me)' 혹은 '너에게 좋다(It's good for you)'일 따름이다. 가끔은 나에게도 너에게도 좋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우리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나에게 좋고, 그리고 너에게 좋을 뿐이다. 그리고 너에게 좋기 때문에, 나에게 더이상 좋지 않을 수도 있고, 때로는 그걸 증오하게 될 수도 있다.

'그건 내게 좋아. 왜? 왜 내가 그걸 좋아하지? 왜 내가 그걸 좋다고 생각하고 있지? 또, 저건 왜 싫지? 왜 저건 내가 싫다고 생각하고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던 중에 이 영화를 만났다.

그녀는 머리를 자른다.
그녀는 과거를 자르고 있다.

그녀는 결코 용서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또한 결코 구원받기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