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s+

1. 색다르다. 대개의 연극에서 기대하게 되는 서사적 구성에 그다지 집착하지 않는다. 보기에 따라서는 장면들만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레오스 카락스의 "홀리 모터스"를 떠올리게 된다. 관객들은 흩어져 있는 파편들을 모아담는 수사관이 되어야 한다.

2. 매우 구체적이고 생생한 현재성에 발딛고 있다.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예술을 여러 기록방식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특히 사실 정보들과, 그에 기반해 만들어지는 포장 사이의 긴장을 약간쯤은 독한 유머로 묘사해내는 장면들이 하나의 포인트. 드라마 "블랙 미러"가 연상되기도 한다.



Cons-

1. 너무 뜬금없는 전개들이 있다. 특히 주인공 취준생이 공원에서 학생과 만나는 대부분의 장면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작가와의 개인적인 친분 덕에, 그 만남들이 과거의 사건이라는 설명을 들은 후에야 비로소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하게 되었다. 극의 후반을 좌우짓는 중요성을 고려해보면, 극 내의 묘사에 있어서나 분량에 있어서나 크게 아쉬운 부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연극은 두 번, 세 번, 원할 때마다 얼마든지 다시 볼 수 있는 매체가 아닌만큼, 좀 더 친절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2.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에는 어렵다. 취향에 따라서는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장점일 수도. 아무튼 산뜻하지 않은 끈끈한 뒷맛을 남긴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겠다.



극의 내용과는 별개로, 자리의 앞뒤 간격이 너무 좁았다는 점을 언급해두고 싶다. 예술가들의 어려운 사정, 연극계의 어려운 사정, 뭐 그런 사정들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소비자로써의 관객들에겐 그러한 사정을 이해주어야 할 어떠한 의무도 없다. 아마도 앞으로의 관객들은 이런 사소한 불편들에 대해 더욱 민감해질 것이다.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서는 내용 이전에 형식에 먼저 주의를 기울여야만 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아주 많은 경우, 형식이 곧 내용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