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라고 하기엔 좀 더 복잡한 사정이지만 TMI이므로 생략)를 했으니 기념하지 않을 수가 없겠다.

워드프레스는 훌륭한 툴이다. 오랜 시간을 견뎌온만큼 기본기능도 세심하게 다듬어져 왔을 뿐만 아니라, 그만큼 사용자도 많다. 코딩을 해 본 적이 없더라도 조금만 익숙해지면 얼마든지 커스터마이징에 도전해볼 수도 있고, 만약 아주 초보적인 수준이더라도 코딩을 할 줄 안다면 원하는 기능을 얼마든지 추가해볼 수 있을만큼 높은 확장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설치형 서비스 중에서는 사실상 비견할만한 상대가 없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독보적인 입지를 지니고 있고, 아마도 한동안은 계속 그러할 것 같다.

이번에 이사를 결심하게 된 것은 워드드레스에 불만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기능면에서는 아무런 불만이 없었기에 꽤나 오랜 시간 동안 꼭 이사를 해야할까 망설여왔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장점에도 불구하고 귀찮음은 더 이상 뿌리칠 수가 없는 유혹이었다.

꼭 워드프레스가 아니더라도 사실 설치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크든 작든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호스팅을 물색하고 사용하는 데에 시간과 노력, 비용이 들어가며, 인터넷 환경의 변화와 그에 따르는 각종 업데이트를 드물게라도 확인해두어야 한다. 게다가 저비용으로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면 서버 모니터링이라든지, 지속적으로 품이 들어갈 일이 좀 더 많아진다.

또한 그 모든 일이 돈과 부지런함만으로 꼭 해결되지 않기도 한다. 아무리 노력한다해도 늘상 블로그만 들여다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때로는 그 기간이 꽤나 길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바로 그 때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3년 전쯤 한 달여 정도 관리할 수 없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하필 그 때 사이트에 접속이 불가능해지고(정확한 건 기억나지 않지만 아주 사소한 오류였다) 그에 따라 검색에서도 대부분 제외되는 것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후 다시는 전의 상태를 회복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회의감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 어차피 거의 혼자만 들락날락하는 사이트에 이만한 노력과 비용을 들여야만 하는지, 만사 귀찮아져버린 것이다. 도메인에 들어가는 그 사소한 비용마저 아깝게 느껴졌다. 좀 덜 신경쓰고 싶다. 뭐 그런 마음이 점점 커져만 갔다.

그렇다면 어디로 이사할 지를 생각해야 했는데,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우선 쌓아놓은 데이터베이스를 용이하게 옮길 수 있어야 했다. 어차피 이사를 하면 막대한 수작업이 뒤따르는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하나하나 옮기는 것과 미그레이션 후에 다듬는 것 사이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었다.

따라서 안타깝게도 국내의 서비스들은 고려대상이 되지 않았다. 방문자 수라든지 검색에서의 노출을 생각한다면 아쉬울 수도 있겠으나, 이를 중요하게 생각했더라면 애초에 굳이 워드프레스를 선택하지도 않았을 터였다. 그리고 국외의 서비스라면 사실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규모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는 않지만, 블로거만큼 안정적이리라 기대할 수 있는 서비스가 별달리 없었으므로.

그럼에도 여전히 고민되는 부분은 있었다. 어쩌면 굉장히 사소하다면 사소한 단점 때문이었는데, 그간 카테고리 중심의 분류법에 너무 익숙하다보니 태그(라벨) 방식의 분류만을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데에 아무래도 마음이 걸렸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예전에 잠깐 테스트 삼아 블로거에 가입해 본 적이 있었는데, 제공되는 서비스가 너무 제한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 때문이었다.

그러나 분류 방식의 문제는 역시 사소한 문제였을 뿐이었다. 다소 아쉽고 제한적이더라도 태그만으로도 엇비슷하게 카테고리를 흉내낼 수는 있었으니까. 그리고 테스트했던 때와 달라진 것일 수도 있겠으나, 아무튼 예전에 받았던 인상도 잘못된 것이었다는 사실을 금세 깨닫게 되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테마가 다소 부실할 뿐, 커스터마이징에 있어서는 생각해왔던 것보다 훨씬 폭넓은 자유도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과정을 거쳐 또 거의 몇 주 동안 이사하고 대충 정리하는 데만도 꽤나 신경을 써야만 했다. 덜 신경쓰기 위해 이리 신경을 써야 했다니, 아이러니처럼 느껴지지만, 그래도 앞으로를 생각하면 역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다. 뭐 합리화에 불과할 수도 있겠으나 어쩌겠는가. 이미 일을 벌여버린 것을.

이사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몇 가지 팁을 기록해두자면,

1. 요약글excerpt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면 거의 사용할 일도, 심지어는 그런 게 있는 줄도 모르는 이가 많겠지만, 블로거에서는 more 태그(점프 브레이크 삽입)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블로거에서는 요약글 설정을 해두지 않으면 글목록이 제대로 뜨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2. 퍼머링크에 한글이 적용되지 않는다. 즉 제목이 한글로만 되어 있다면, /연도/월/blog-post(_숫자).html 방식으로 주소가 설정되니, 이를 원치 않는 경우에는 반드시 별도의 퍼머링크 설정을 해두어야 한다. 모르고 지나치면 나중에 꽤나 성가셔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3. 그리 중요한 건 아니지만 아무튼, 템플릿 상에서 제공되는 연관글은 가나다 순으로 가장 먼저 오는 태그에 의해 결정된다. 즉 테마 템플릿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연관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태그 입력에 있어서 좀 신중해지는 편이 좋다. 태그를 분류 방식으로 적극 활용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 연관글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거나 직접 설정하는 경우, 또는 아카이브 방식에 중점을 두는 경우라면 아무래도 상관없겠다.

4. 같은 구글의 서비스라고 해서 별달리 손을 대지 않더라도 Search Console에서 알아서 처리되리라고 생각하면 금물. 써본 이들은 알겠지만 해외의 서비스들은 그리 나긋나긋하고 친절하지 않다. 약간이나마 덕질이 필요할 때가 대부분. 개인적으로는 너무 다 미리 정해져있는 것보다는 더 낫지 않은가 싶다.

5. 이사할 때 글과는 달리 댓글은 날짜가 아니라 글을 불러온 순서대로 정렬되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딱히 달리 조치할 방법도 없으므로 애초에 옮길 때 최대한 신경쓰는 수밖에는 없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오류나 여타 사정들이 있기 마련이므로 아쉬운 부분이기는 하다. 이해가 되지 않는 구조이기도 하고. 아무튼 처음에는 좀 당황스러울 수 있으나, 시스템 상의 문제라는 점을 참고하는 편이 좋겠다.

또 생각보다 길어져버렸다. 첫소감은 여기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