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맥과이어"에 대한 완벽한 변주.

이 영화는 멋지지 않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든지, 혹은 체념에 가까운 억지를 부리지도 않는다. 옥상 위에서 욕을 들으며 노래할 자유, 'Show me the money'라고 대놓고 말할 수 있을만큼이나 소중한, 'Show me the money'를 말하지 않을 자유를 노래한다.

뉴욕, 사소한 삶의 풍경들. "원스"에서 더블린의 뒷골목을 거닐었던 존 카니는 "비긴 어게인"에서는 뉴욕의 뒷골목을 어슬렁 걸어다닌다. 아무런 편견도 없이, 아무런 두려움도 없이, 그리고 아무런 기대도 없이, 추억이 깃든 음악을 들으며 천천히 삶의 한걸음씩을 걸어나간다.

귀에 꽂은 이어폰 사이로 소리가 스며든다. 떠들썩한 아이들, 지하철의 굉음, 우연히 지나쳐가는 자전거의 경적, 뉴욕 곳곳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소음들도 그에게는 삶이 연주하는 음악과도 같다.

목소리를 높인다고 해서 더 잘 들리는 건 아니다. 모든 것을 거부하거나, 완전히 새로 시작할 리셋 버튼을 눌러야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이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