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걷다 더러 길을 묻는 사람들 덕에 당황스러워질 때가 있다. 분명 매일처럼 걷는 길인데, 너무나도 익숙한 거리인데, 여기에 그런 데도 있었던가하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리고는 어김없이 다음 날 그 질문의 장소를 발견하고는 한다. 아무런 의미없이 스쳐지나는 것들,
멈춰서지 않으면 어쩌면, 계속해서 아무런 의미가 없을 풍경들.

잔뜩 불만에 찬 듯 부에노스 아이레스 속으로 파고드는 오프닝에서부터 심상치가 않다.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로 빼곡한 거리, 그 숱한 사람들 중의 한 남자, 그리고 한 여자. 그들은 마주보는 아파트에서 서로 마주보며 살아가면서도 서로를 알지 못한다.

빨간색과 흰색의 스트라이프 스웨터와 모자, 까만색 안경, 청바지와 지팡이. 구스타보 타레토는 자신의 도시를 "월리를 찾아라"의 공간으로 바꾸어놓는다. 형형색색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거리의 풍경,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은 못내 아쉬운 듯 반 박자씩 늦은 호흡이 매력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