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잘 만들어졌고, 감동적이다. 후반부의 매끄럽지 못한 극적 비약이라든지, 그런 것들은
그저 영화적 시간의 한계라는 변명으로 충분히 넘어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나치게 낭만적이다. 제목만 레 미제라블일 뿐, 이 영화는 레 미제라블을 숨기려고 노력하는 것만 같다. 감독은 레 미제라블의 제목이 왜 레 미제라블인지를 잊어버리기라도 한 듯, 난데없이 툭 하면 들이대는 클로즈업으로 배경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장발장과, 판틴과, 코제트와, 자베르와, 마리우스 등을 포함해서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과 배경들까지도 모두가 레 미제라블이 되었어야 했다. 배경이 사라지고 인물이 강조되다 보니, 사회와 인간, 역사와 인간, 그 틈바구니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질문들도 '개인의 선의'라는 한 마디로 이 영화는 너무 간단하게 결론을 내어버린다. 다소 과장되게 말하자면, 그나마도 아주 특별한 한 인간, 헐리우드 스타가 분한 장발장만이 그런 선의를 지니고 있을 뿐이다.

민중의 혁명기를 다루고 있는 이 영화가 민중을 그저 불결하고 겁많은 존재로, 그리고 의당 헐리우드 스타의 얼굴 뒤로 가려지더라도 아무런 불만을 제기할 수 없는 존재로, 그런 식으로 시선을 처리하고 있다는 데에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 특히나 마지막 장면은 매우 감동적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어떻게 하면 적당히 영화를 마무리할 수 있을까만을 생각하는 감독의 부실한 고민을 아주 끔찍하게 드러내어 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의의 2가지.

1. 레 미제라블이라는 작품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한 번 일깨워주었다. 덕분에 빅토르 위고의 원작소설을 찾아보게 된다면 그게 곧, 이 영화가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성과.

2. 절망도 충분히 장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한 번 일깨워주었다. 21세기가 되고서부터 매년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뮤지컬 영화들이 아마도 한동안 이어지리라는 것. 재밌는 건 무슨 연관이 있는 건지 짝수해에 개봉한 영화들의 성공이 유독 눈에 띈다. 이러다 어느 순간 댄스홀이 재림하게 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