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철학자와 괴짜 영화감독.

비트겐슈타인은 평생동안 인간의 삶에서 언어가 지니는 의미를 고민했었고, 데릭 저먼은 끊임없이 한 개인의 세계를 대중에게로 확장하는 미디어, 영화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삶을 설명하는 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수식어가 사람들의 오해와 외면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들은 타협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었고, 또한 이러한 사실에 어쩌면 행복해했을 사람들이기도 했다.

만약 사람들이 때때로 멍청한 짓들을 하지 않았다면, 어떠한 지적인 작업도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If people did not sometimes do silly things, nothing intelligent would ever get done.

오프닝에서 등장하는 인용은 이 작품의 모든 것을 담아내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한 철학자의 삶과 그의 철학적 화두를 제법 충실하게 따라가는 전기영화이면서도, 감독 자신이 생각하는 비트겐슈타인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감독 자신의 모습을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인물에게 투영하려 한다.

마치 연극무대를 보는 것만 같은 암막의 무대, 화면의 과감한 생략으로 나타나는 도발적인 실험성, 과장된 인물들과 틈틈히 삽입되는 판타지 등은 단순히 한 인물의 삶을 묘사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데릭 저먼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일상의 삶을 너무나도 사랑했지만 또 그로부터 도망가고 싶어하기도 했던 사람들. 그들은 스스로가 더 이상 멍청한 짓들을 하지 않을까봐 두려워했다. 삶 자체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좀처럼 이해될 수 없는 것이었고, 또 그로 인해 사랑했던 사람들과 멀어지고 외로워지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시공간 안의 삶의 수수께끼에 대한 해결책은 시공간 바깥에 놓여져있다.
하지만 당신과 내가 알고 있듯이 수수께끼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질문될 수 있는 것이라면, 해답 또한 있기 마련이다.
The solution to the riddle of life in space and time lies outside space and time. (- from Tractatus 6.4312)
But as you know and I know, there are no riddles.
If a question can be put at all, it can also be answered.

침묵을 넘어서.
데릭 저먼은 이 작품을 통해서 무엇이 옳은 삶이고 무엇이 그른 삶인가를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나 다운 삶, 나 자신에게 솔직한 삶이 그에겐 더욱 중요해보인다. 질문들은 반드시 대답되어야만 하고, 또한 그것이 진실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