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침묵엔 이유가 없다. 강도의 칼에 찔려 피를 흘리던 여성은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쓸쓸히 죽어갔다. 어느 누구 하나 왜 나서지 않았던 것일까. 왜 모두가 침묵했던 것일까.

방관자효과라는 말을 낳은 실제의 사건을 바탕으로 했기에, "38인의 목격자"를 보고 나면 사회적 책임감의 결여라든지 도덕적 불의라는 말을 우선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루카스 벨보 감독은 어떤 단순한 개념 하나로 이 작품을 풀어가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작품의 시선은 목격자들보다는 목격자들을 둘러싼 세상으로 향하는 것만 같다.

"38인의 목격자"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변화해가는 미묘한 분위기는 주의해볼만 하다. 주인공 피에르(이반 아탈)로 인해 점차 드러나는 진실을 덮어두려 하는 이들은 직접적인 사회적 비난에 처하게 될 목격자들 뿐만이 아니다. 사건을 조사하고 사법적 처리를 고민하던 검사도 가급적 진실을 덮어두려 하고, 동분서주하며 사건의 실체를 기사화하려던 기자도 역시 마지막 순간 망설임을 보인다.

그렇다면 이 모든 사람들이 왜 진실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해야 햇던 것일까. 어쩌면 인간에 대한 막연한 믿음으로 유지되는 일상이 깨지는 게 두려웠던 것은 아닐까. 혹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몰려들었던 사람들이 놓여둔 조화만으로는 도저히 극복되기 어려운, 일상의 위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데에서 공포를 느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살인사건보다도 피에르의 존재가 오히려 사회의 위협이 되어버린다. 아마도 이런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드러내어주는 인물은 바로 그의 여자친구 루이즈(소피 퀸통)이 아닐까 싶다. 그녀는 "38인의 목격자" 중의 한 사람이 아니기에 사회가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과 교차점을 이룬다.

결국 마지막으로 물어봐야 할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방관자효과라는 개념과 소위 '착한 거짓말' 사이의 거리가 과연 얼마나 떨어져있는 것일까. 더 나아가, 진실과 믿음이 충돌할 때 과연 나는 어느 쪽을 선택하게 될까. 좀 더 나아가, 인간에 대한 보편적 믿음이 혹여라도 위선 위에 쌓아올려진 것은 아닐까.

평온한 거리는 불안을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