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엔 하얀 눈의 설경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알프스엔 스키를 타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아름답고 웅장한 풍경, 그 아래에서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또 고단한 일상이 있다.


매일마다 스키장에 가는 소년 시몽. 하지만 소년은 스키를 타지 않는다. 눈 밭을 뛰어다니는 소년에게 눈은 놀이의 대상도 낭만의 대상도 될 수가 없다. 가난한 집에서, 툭 하면 일자리를 떼려치우는 누이와 함께 사는 소년에게 설원은 삶의 터전이자 생계의 수단에 다름아니다.

화려한 사진과 수없는 미사여구로 가득한 안내책자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삶의 풍경들. 기껏해야 좀도둑이 많으니 조심하라는 몇 마디의 경고 정도로 덮여져버리는 일상의 이야기들. "시스터"는 즐겁고 행복한 휴식을 약속하는 하얀 눈 아래 내려앉은 이들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눈이 녹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알프스를 찾았던 관광객들은 다시금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누군가는 화려한 사진과 수없는 미사여구로 가득한 안내책자의 말을 반복하게 될 것이고, 또 누군가는 좀도둑이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날씨가 따뜻해지고 눈이 녹아 질척해진 진흙탕 안에서도 소년은 여전히 떠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