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것일까. 위태위태한 균형감각을 지닌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의 "플레이"는 현재의 한국사회에서도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어버린 아이들의 폭력성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2년간 40여차례에 걸쳐 또래아이들에게서 물건을 빼앗은 실제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작품답게, 소재를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여러가지 논쟁의 여지를 남겨놓은 문제작이기도 하다. 루벤 외스트룬트 감독은 이 작품을 단순히 아이들간의 폭력을 담아내는 것으로만 만족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가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 더욱 깊게 파헤치려 한다.

쇼핑몰에서부터 시작되는 사건. 아이폰을 들고 브랜드 의류를 입고 있는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 도와달라는 아이들의 호소를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던 상점의 직원들. 백인 아이들과, 백인아이들과 함께 다녔던 아시안계 아이, 그리고 흑인 아이들. 여러차례 차를 갈아타며 발생했던 폭력들이 외면되는 과정. 간신히 부모에게 전화할 기회가 생겼을 때 응답했던 자동응답의 목소리. 모든 걸 빼앗기고 힘겹게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들에게 엉뚱하게 작용되는 시스템. 또 다시 이어지는 폭력.

아이들이 가하는 폭력의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사회시스템의 실패, "플레이"는 기차 중간에 놓여져 이동을 방해하는 요람의 비유로 현대사회의 무능력을 꼬집는다.

도대체 아이들이 왜 폭력을 행사하게 되었을까, 태어났을 때 그렇게도 순수했던 아이들이 과연 어느 순간부터 폭력에 물들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또 언제부터 아이들이 다른 아이를 괴롭히는 것을 하나의 놀이처럼 생각하게 된 것일까, 다문화, 물질적 풍요, 도시의 익명성과 무관심, 일로 바쁜 부모들, 경직된 처벌로만 일관된 사법시스템, 루벤 외스트룬트 감독은 아이들의 폭력이라는 문제를 사회전반을 향한 폭넓은 조망으로 바꾸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