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돈키호테와 그를 따르는 시종 산초의 신나는 모험담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보다는 자연에 대한 찬미라는 평가가 더욱 정확해보이는 작품.

알베르트 세라는 "기사에게 경배를"에서 어떤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하지 않는다. 배우들의 대사보다는 풀벌레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이고, 배우들의 연기보다는 풀잎 사이로 비치는 햇볕을 보여주는데 더욱 관심이 많다. 속도감 넘치는 편집 대신 인내심이 묻어나는 차분한 화면으로 돈키호테와 산초라는 인물을 자연에 속한 한 풍경으로 바꾸어낸다.

그래서 "기사에게 경배를"은 돈키호테의 모험, 그 이후라는 인상이 무척이나 강하다. 두 사람의 여정은 자연의 순환에 속한 인간으로서, 죽음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야만 하는 동지애에 가까워보인다. 세르반테스의 필치 속에 그려졌던 인생의 즐거움과 고통, 회한은 강물에 대한 예찬과 나무, 석양, 달팽이와 새를 향한 경의로 변화되어간다.

너도 알다시피 우린 많은 여행을 했지
그리고 우리가 이겼어
하지만 그런데도 슬픈 기분이 든다
인생이란게 슬픔의 연속이지
수많은 악인이 있어서 슬픈 것이야

인류사에서 신화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와 인간에게 있어서 신화가 필요한 이유. "기사에게 경배를"은 자연과 명예를 잃어버린 문명의 풍차를 향해 잔잔히 창 끝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