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도록 아름다웠어야 할, 한 남자의 이야기.

"파이란"의 강재가 떠오른다. 뭐 하나 내세울 것이 없는 한 남자. 무심한건지, 지루한건지, 피곤한건지, 종잡을 수 없는 모호한 눈빛, 뒷골목을 전전하며 온갖 나쁜 짓을 다 하고 다니면서도 약해지는 마음을 숨기지도 못해, 철저한 악한조차도 될 수 없는 한 남자. 강재의 인생은 아름다워야만 했다. 그리고 "비우티풀"의 욱스발의 인생 역시 아름다워야만 했다.

하지만 쉽지가 않다. 고작해야 철자 하나 잘못 썼을 뿐인데 자꾸만 틀어만 진다. 그저 조금 소변보는게 불편해 의사를 찾아갔더니 난데없이 말기 암을 선고받는다. 얼마 남지 않은 삶, 하나씩 아름답게 정리하고 싶은데 그럴수록 더욱 일이 꼬이기만 하고, 분명 떠나야 할 사람은 자기인 것 같은데 오히려 가까웠던 사람들이 먼저 그의 곁을 떠나버린다.

주변을 정리하는 시간이라기보다는, 모든 것을 잃어가는 시간. 인생의 마지막에는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한 두 어린 자식만이 곁에 남아있다. 안도나 회상, 혹은 미련의 감정을 가지기에는 너무 지쳐버렸다.

그는 그저 놓아버린다. 잘못 쓴 오자를 그냥 놔둔채로.

묘지 위의 아파트. "비우티풀"의 삶과 죽음은 거리가 너무 가깝다. 아름다워지고 싶다는 작은 바람도 잡힐 듯 잡힐 듯, 천장에 붙은 나방과도 같이 주변을 맴돌기만하다, 어느 순간, 날아가버리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