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허풍 여자는 허영이라는 지인과의 대화 중에 갑자기 생각난 영화. "허영의 불꽃"이라는 제목만큼이나 이 작품, 속물근성으로 활활 타오른다.

월스트리트에서 승승장구하는 주인공 셜리 맥코이(톰 행크스)는 6억 달러에 달하는 거래는 눈 하나 깜짝 않고 성사시키는 인물이지만, 자신의 삶에선 좀처럼 제 의견을 세우지 못하는 소심한, 어찌보면 순수한 인물이기도 하다. 어느 날 밤의 조그마한 자동차 사고는 그런 그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허영의 세계를 드러내는 사건이 된다.

오직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만을 걱정하는 아내, 섹스 외의 다른 어떤 것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는 애인, 자동차 사고로 다친 아들을 이용해 어떻게 한 몫을 벌어볼까 눈물을 흘리는 피해자의 어머니, 그런 피해자의 어머니를 이용해 자신의 명성을 높이려 혈안이 된 목사, 대중들의 관심을 따라가기 위해 당장에 몰려드는 기자들, 이를 어떻게 선거에 이용할지 노심초사하는 정치인, 그리고 이런 정치인의 눈치만을 보며 주인공을 어떻게든 잡아넣으려는 검사와 경찰, 현실에 냉소적이면서도 충분히 현실을 이용할 줄 알아보이는 판사까지, "허영의 불꽃"에선 거리의 곳곳에서, 삶의 곳곳에서, 인간사회의 허영이 물밀듯이 밀려나온다.

술에 취해 주정을 부려대며 걸어가는 브루스 윌리스의 오프닝씬만으로도 충분히 압권인 작품이지만, 소설원작을 바탕으로 한만큼 상황과 대사가 엇나가는 기가 막힌 앙상블 역시 빠트릴 수가 없다. 특히나 주인공의 아내가 딸에게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아버지의 직업에 대해 설명해주는 장면은 인용하지 않고서는 베기지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아빠는 도로나 병원이나 아무 것도 만들지는 않아
돈을 거둬들이는 사람을 위해 채권을 관리해
그래!
채권을 케익이라고 하자
네가 케익을 만들진 않지?
케익 조각을 다른 사람에게 줄 때 뭔가가 떨어져
작은 부스러기지
그 부스러기는 가져도 돼
많은 사람들이 그 부스러기를 얻으려고 영혼을 팔았지
아빠가 하는 일이 그런거야
남의 케익을 이리저리 돌려서 부스러기를 전부 갖는거야
하지만 그 부스러기는 많지
커다란 금 케익에서 떨어지는 많은 부스러기를 상상해봐
아빠는 뛰어다니며 이 금 부스러기들을 줍는거야
그런 일을 하신단다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무려 18년도 전에 이런 대사가 나왔다는 게 그저 놀라울 뿐. 말해져야 할 것은 이미 옛날에 다 말해졌다는 그 누군가의 말은 정말이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