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sion part I, 500 X 250 cm. photography
in collaboration with Andrei Dureika, Janna Grak, Maxim Tyminko, Maxim Wakultschik
출처 : http://andreiloginov.com/


안드레이 로기노프Andrei Loginov : 홈페이지 보기

1975년 벨라루스 민스크 출신의 사진작가. 설치미술가 안드레이 두레이카Andrei Dureika, 조각가 야나 그라크Janna Grak, 비디오 아티스트 막심 티민코Maxim Tyminko, 화가 막심 바쿨취크Maxim Wakultschik 등과 함께 리비전 그룹Revision Group을 결성하여 현재 베를린에서 활동 중이다.


마치 폭격이 쓸고 지나간 마냥 폐허가 되어버린 도서관과 극장. 안드레이 로기노프는 꽃과 찬양으로 화려했던 개선식이 치루어졌던, 바로 그 장소에 남아있는 쓰레기더미들과 전투를 치루고 있다. "팬텀 20Phantom XX"의 풍경에선 아직도 어둠 속에 잔재해있는 군사주의적, 영웅주의적 낭만들이 우울하게 어른거린다. 과학기술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지식인들과 인간의 진보에 박수갈채를 보내던 예술가들이 제 무덤을 떠날 줄 모르고 지금까지 남아, 여전히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만 같다.

그래서 그는 전투 중이다. 20세기의 폭력이란 마치 이런 게 아니었냐는 듯, "싸움Fight"에서 그는 남자, 여자, 산 사람, 죽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주먹을 날려대는 진풍경을 연출해낸다. 그리고 이제는 늙어버린 "새로운 영웅들New Heroes"의 인물들이 모두가 진지한 얼굴로 우주진출을 열망했던 "화성탐사계획Mars Mission"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 당시였다면 당장에 우산세례를 받을만큼 저열한 표정으로 과거를 위로하는 척 한다.

그만의 전투로만 보이던 이 지독한 과거와의 싸움이 공동의 싸움으로 발전된 "당신이 좋아하는 것들Your Favorites"이나 "2막Act Two", "리비전Revision"에 이르면 보다 체감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르네상스의 휴머니즘 이래로 내려온 위대한 인간에 대한 동경과 무대 위에 결코 등장할 수 없었던 초라한 삶의 풍경 간의 화해할 수 없는 대비는 단지 예전에 그랬던 과거의 이야기로만 머물려하지 않는다. 피카소, 반 고흐, 앤디 워홀 등의 예술가들은 여전히 인간의 자랑스러운 표본이 되어 전세계의 주요 미술관의 주요자리를 선점한 채 떠날 줄을 모른다. 반면 과거의 영광과 물질에서 소외되어 살아가고 있는 과거와 현재의 사람들은 그들이 남겨놓은 쓰레기를 뒤지며 살아가는 처지에 불과하다. 어쩌면 과거의 유령들은 정말로 위대한 인물이었을수도, 충분히 기억될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리비전Revision"에서 안드레이 로기노프와 그의 친구들, 리비전 그룹이 미술관에서 브릴로 박스 등의 각종 미술품 등을 들고나와 불에 태워버리고 싶어하는 것 역시 충분한 이유가 있어보인다. 인류의 소중한 유산이 증언하는 것처럼 인간이 정말로 아름다운 존재였는지에 대한 외면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