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끄 오디아르, “예언자 A Prophet”
정말 긴밀한 작품.
워낙 해석할만한 여지도 많고 이런 저런 측면에서 볼 수 있는 영화지만, 개인적으로 "예언자"는 생존에 관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살아남는 것, 그게 말리크의 첫 번째 살인이었다. 그리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살아남는 것, 이를 위해 또 다른 살인이 있어야만 했다.
자크 오디아르 감독은 이 영화에서 정말 많은 질문을 던지지만, 그 중에서도 "더 나은 사람이 되야하지 않겠니?"라는 질문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과연 더 나은 사람이 된다라는 게 무엇일까. 글자조차 읽을 수 없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존재에 불과했던 말리크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일을 하고, 운동을 하고, 이런 저런 노력들을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이를 보상받듯 그는 자신의 존재감을 조금씩 조금씩 넓혀나간다. 하지만 그래서? 그는 과연 더 나은 사람이 된 것일까? 과연 더 낫다라는 기준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어쩌면 그의 또 다른 작품 "위선적 영웅"이 너무 깊이 머리에 남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지녔던 순진한 소년들은 세련된 정장과 잘 어울리는 깔끔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성장해간다. 그래서 불편하다. 차라리 스탕달의 "적과 흑"에서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타고난 야심가였다면, 마음껏 비난이라도 쏟아부을 수 있으련만...
7 Comments
누구나 앞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말을 하죠~ 저도 정작 무엇을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했는지,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나'는 과연 존재할지 문득 궁금한 밤이네요,ㅋ 이 영화 끌리는데요??헤헤
답글삭제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던 소년이 자신의 망을 뚫고 어른으로 성장하는 뒤틀린 과정으로 나는 읽었는데, 나니씨는 또 다른 질문을 꺼냈구나.
답글삭제(뭔가 하나하나의 목록들이 있었고 그걸 지우고 있다는 생각에, 신사동 사나이의 말은 물거품이 되지 않았음에 감사하며...)
차에 치인 사슴이 잊혀지지가 않아. 그 사슴은 뭐였을까?
그러게 말이야~ 왜, 무엇때문에라는 질문이 점점 더 의미를 지녀야만 할 것 같아. 다소 힘든 영화이긴 하지만 보람있는 듯 ㅋㅋ
답글삭제자크 오디아르 감독은 그렇게 비틀린 성장을 보여주려 하는 것 같아. 특히나 그의 이야기는 역사적, 사회적 맥락과 맞물려있기에 더 긴밀하다는 느낌을 주는 걸지도... (ㅎㅎ 언제나 미뤄둘 뿐 잊지는 않는다구)
답글삭제사슴. 아~ 사슴~ 예언자라는 제목은 뭐랄까 탁월했다는 느낌이야. 말리크에게도 비젼이 생겼다고 할 수 있겠지. ㅋ
흥미롭게 본 영화죠.. 와 비교하는 황당한 평가도 있었는데.. 과대평가된 부분이 있어요. 요즘 대중영화에 익숙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흐름 자체가 따분하죠..
답글삭제단순히 소재 때문에 둘을 같이 놓을 순 없을 거 같아요. 엄연히 촛점이 달라서... 그냥 웃고 넘기는 쿨한 영화들도 좋겠지만, 진지한 작품들도 좀 더 사랑받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
답글삭제와 모두 대중영화와는 거리가 먼 진지하고 어두운 작품이죠. 비교는 건너뛰고요, 예언자의 그 환상성 만큼은 긴 여운을 남기는, 이 작품만의 최고의 화술이 아니었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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