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긴밀한 작품.

워낙 해석할만한 여지도 많고 이런 저런 측면에서 볼 수 있는 영화지만, 개인적으로 "예언자"는 생존에 관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살아남는 것, 그게 말리크의 첫 번째 살인이었다. 그리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살아남는 것, 이를 위해 또 다른 살인이 있어야만 했다.


자크 오디아르 감독은 이 영화에서 정말 많은 질문을 던지지만, 그 중에서도 "더 나은 사람이 되야하지 않겠니?"라는 질문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과연 더 나은 사람이 된다라는 게 무엇일까. 글자조차 읽을 수 없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존재에 불과했던 말리크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일을 하고, 운동을 하고, 이런 저런 노력들을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이를 보상받듯 그는 자신의 존재감을 조금씩 조금씩 넓혀나간다. 하지만 그래서? 그는 과연 더 나은 사람이 된 것일까? 과연 더 낫다라는 기준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어쩌면 그의 또 다른 작품 "위선적 영웅"이 너무 깊이 머리에 남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지녔던 순진한 소년들은 세련된 정장과 잘 어울리는 깔끔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성장해간다. 그래서 불편하다. 차라리 스탕달의 "적과 흑"에서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타고난 야심가였다면, 마음껏 비난이라도 쏟아부을 수 있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