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irage : Act 2, Scene 1 #1, variable size, digital print

The Mirage

"어떤 시점부터는 돌아갈 수가 없다. 그곳이 도달해야 할 지점이다." - 카프카

2막 앞에서 존재가 움츠러드는 이유:
1막의 풍경을 지나 존재는 아연실색한다. 전쟁의 풍경으로 말을 잃고, 언어의 혼동 속에 더 이상 듣기를 거부하고, 수와 건축의 소멸을 본 후에는 눈을 감아 버린다.
현기증이 일어나는가 싶더니 쓰러진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는 다시 눈을 떠
혼자가 된 자신을 발견한다.
음악은 없이 물방울 소리만 들려온다.


2막 : 의식의 세 가지 풍경

소멸 앞에 위축된 존재는 내면으로 미끄러진다. 얼굴이 창백해진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가 사라진다. 차원이 뒤섞이며 영역을 만든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순수와 도피, 이성과 감정의 실타래, 컴플렉스





The Mirage : Act 2, Scene 1 #2, variable size, digital print

1장: 순수와 도피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공간을 향해 추락하는 자아.  세 개의 소멸 앞에서 존재는 홀로 남겨진다. 눈을 감는다. 눈을 감자마자 세계는 곧바로 어두운 계절로 탈바꿈한다.
그곳에는 모든 최초들이 얼어붙어 있다. 평안, 위로, 잠, 최초의 언어, 최초의 칭찬, 최초의 거부, 최초의 규율, 최초의 폭력, 친구, 첫 사랑, 첫 몽정, 첫 키스, 첫 섹스, 첫 번째 좌절, 첫 번째 유혹, 질투와 미움, 첫 번째 구원, 기억에 새겨진 모든 말들과 편지, 여행지들, 낯선 자들...

유년의 뜰과 정원
그 위로 뿌려진 이미지와 향기들
아무 것도 소유할 수 없는 풍요의 손짓들

상처받은 존재는 도피한다. 순수를 통해 치유받고자 한다. 그곳은 언제나 차갑게 얼어붙어 있다. 하지만 그 세계가 정지돼 있는 건 아니다. 녹고 얼기를 매순간 반복한다. 수면은 차오른다.





The Mirage : Act 2, Scene 1 #3, variable size, digital print

숲에 달이 차오르면

숲에서 길을 잃었어요
그래서 어머니가 준 걸 모두 버렸지요

숲에서 길을 잃었어요
그래서 아버지가 준 걸 모두 버렸지요

숲에서 길을 잃은 나
그래서 창백한 달을 쉽게 버렸지요
숲에서 길을 잃은 나
그래서 너를 쉽게 버릴 수 있었지요

나는 처음부터 버리려고 왔어요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이 숲은 내 것이 아니에요
저 달도
털이 뻣뻣한 여우도
그 여우의 꼬리도
아버지도 어머니도
사랑도

나는 처음부터 버리려고 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