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성에 관한 3가지 에피소드.

모종의 기대와는 달리(?) 각각의 이야기들은 의외로 애틋하거나 우울하거나 혹은 꽤나 유쾌하다.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 사이의 간극을 절묘하게 연출해낸 첫 번째 에피소드는 상당히 의미가 있었고, 혼자만의 상상으로 착각을 부풀려가는 한 남자를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하는 세 번째 에피소드도 재미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아내에 대한 의심과 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몽환적으로 담아낸 두 번째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보바리 부인과 그노시엔느 등으로 반복되는 찌푸린 긴장감이 좀 진부하기도 했고 또 영 다가가기가 어렵기도 했지만... 오직 찌푸린 표정으로 일관하는 저 남자의 존재가 왠지 모르게 이해가 된다고나 할까.

성이란 좋은 것이라며 의심없는 믿음을 가졌을 때도 있었으나 해가 바뀔수록 정말 그런걸까라는 의심들이 생겨난 것 같다. 어떤 관계에서도 발견할 수 밖에 없는 적당한 거리들. 친밀하다는 말에서 마주치게 되는 어쩌기 힘든 냉소. 운명이라는 건 없겠지만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만남이 아니라 헤어짐 쪽을 향하고 있는게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이 원 나잇 스탠드여야만 했는지도 모른다. 그 거리들을 확인하고 가볍게 뒤돌아설 수 있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