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irage : Act 1, Scene 2 #1, variable size, digital print

2장: 문자 (언어의 죽음)

미혹은 언제나 언어에서 시작된다. 문밖에는 이미 불길한 소문이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 예언을 하고 누군가 욕을 하고
누군가 약속을 하고 누군가 속인다
진리를 갈구하던 도시는 어디에 있는가?
거대한 도서관을 꿈꾼 도시는 어디에 있는가?
타락한 자들이 사전을 완성한다
TV가 일정한 속도로 정복해 가는 세계
3초 마다 환상의 메시지가 울려 퍼진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말하지 않고 있다.




The Mirage : Act 1, Scene 2 #2, variable size, digital print

돼지 사육사들의 노래

세 가지 금기가 있다네
잠들지 말 것!
보지 말 것!
말하지 말 것!
어느 것 하나 지켜지지 않았지
떠드네, 떠드네, 떠드네

그가 하루 종일 떠드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그녀는 입 맞추지 않으리
그녀가 하루 종일 먹는 것을 보았다면
그는 입 맞추지 않으리
돼지들이면 무슨 상관!
입맞춤도 일종의 항문 성교네


또 이런 노래도 있었다.





The Mirage : Act 1, Scene 2 #3, variable size, digital print

제목 '미상'

그들이 우리에게 알려줘
꽃은 먼지요
가난이 불구요
도둑질은 행운이다

그들이 우리에게 알려줘
물고기는 사막으로
철학자는 점집으로
처녀는 매춘으로

그들이 우리에게 알려줘
매화는 정신이 돌고
파랑새는 꿈을 팔고
인형은 소녀를 숨기지

미혹하는 언어는 일상 속에 파고들어 음식물 앞에서도 죄의식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그 핵심은 절대적인 자유의 옹호다. '생각대로 하라'고, '너 자신을 믿으라고', 'JUST DO IT'하라고 외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다음의 사실이다. 우리는 그런 말을 한 자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는 거다. 우리는 언어의 최초 발언자의 얼굴을 모른다. 그는 어쩌면 혀가 없을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