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강박적인 작품.

선과 악에 대한 이분법적 상징, 백과 흑을 통제와 욕망으로 재해석하려했던 것 같다.

이미 익히 들은대로 나탈리 포트만(Natalie Portman)의 연기는 거의 신기에 가까웠다. 어머니인 에리카역의 바바라 허쉬(Barbara Hershey)와의 관계 속에서 표출되는 하얀 색의 긴장감은 특히 압권이었는데, 모성이 지닌 결벽증, 감시에 대한 공포를 새장 안에 갖힌 백조로써 묘사해낸 듯 하다. 반면에 친구이자 경쟁자인 릴리역의 밀라 쿠니스(Mila Kunis)와의 흑색의 긴장감 역시 성애적인 욕망, 성공에 대한 갈구, 그리고 도덕적 타락으로 다가가는 장치로 손색이 없었다.

주인공이 워낙 부각되기에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아보이긴 하지만 뱅상 카셀(Vincent Cassel)과 위노나 라이더(Winona Ryder)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는데, 그들은 이 작품을 고전적인 색채로부터 구출해내는데에 주요한 역할을 담당해낸다. 연출자 토마스역의 뱅상 카셀은 현대사회가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들, 소아성애에 대한 혐오, 그러면서도 순수에서조차 관능미를 찾고자 하는 병적인 호기심들을 담아내는 듯 하고, 또 역할을 빼앗긴 발레리나 베스역의 위노나 라이더는 이러한 요구들에 충분했었지만 끊임없는 새로움에 대한 요구에 결국 굴복해야만 하는 대체품으로써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낸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특수효과와 편집 안에 그대로 녹아든 대런 아로노프스키(Darren Aronofsky)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었다. 그의 전작 "레퀴엠(Requiem for a Dream, 2000)"에서도 매료되었었던 가공할만한 마약적 심리묘사는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해서, 현대인의 쫓기는 듯한 불안, 타인을 향한 절대적인 불신, 환상과 사실을 교차시키는 특유의 우울 등을 다시금 맛볼 수 있었다는 것도 손꼽을만한 감상포인트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