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한 마을, 가난한 소작농들의 희노애락. 19세기 이탈리아의 전원을 무대로 <나막신 나무(The Tree of Wooden Clogs, 1978)>는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농촌의 고단한 삶을 다양하고도 밀착된 시선 아래 담아낸다. 농가의 아낙에게 의지할 곳이란 성당에서 올리는 간절한 기도 뿐이다. 아버지는 하루하루가 그저 힘겨워 새로 태어나는 아이를 바라보며 마냥 기뻐하지 못한다. 아직 어린 아이들은 그런 어른들의 근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즐겁게 마당을 뛰어다닌다. 작은 텃밭을 일구는 할아버지는 하루를 마친 가족들을 위로하며 벽난로 곁에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매일같이 판에 박힌 일상이기에, 어쩌다 생기는 조그만 사건들은 농가의 유일한 화제가 된다. 아직 앳된 소년은 방앗간에 일자리를 얻어 생활에 지친 어머니를 도우려 한다. 마을에서 유일하게 학교를 다니는 아이가 자랑스러운 부모는 따뜻한 음식을 건내며 이것저것 질문을 던진다. 모처럼 농가에 찾아온 보따리장수는 잔뜩 허풍을 피우며 시골아낙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성당의 신부님이 일년에 한 번 뿐인 축제를 알리면 온 마을은 시름을 잊고 술잔을 들어올린다.

서정적인 풍경, 사실적인 화폭. 차분하고도 긴 호흡을 지닌 <나막신 나무>는 한눈에 밀레의 회화를 떠올리게끔 한다. 대단한 이념을 부르짖는 웅변인의 열성도 눈 앞에 떨어진 금화 한 닢을 이길 수가 없다. 수줍기만 하던 연인의 사랑도 맺어지자마자 밀월을 만끽할 틈도 없이 곧 생활이 되어버린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지주는 동정이나 칭찬은 커녕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소작료를 내고 나면 말라빠진 빵과 옥수수죽만이 식탁의 전부가 된다. 시시때때로 흘러나오는 미사곡은 천국을 향해 울리지 않는다. 힘겨운 삶에도 감사해야만 했던 사람들을 향하고 있다.





알 파치노가 꼽은 내 인생의 영화, 1978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