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rian Ghenie, The Collector 4, oil on canvas, 200 x 240 cm, 2009
출처 : http://www.plan-b.ro/


Adrian Ghenie (아드리안 게니)

1977년 루마니아 바이아-마레(Baia-Mare: 루마니아 북부 헝가리와 우크라이나 접경지) 출신의 화가. 현재 클루지(Cluj)와 베를린에서 활동 중이다.

역사의 실험대 위에 오른 예술. 1965년부터 1989년까지 자그마치 25년이라는 시간동안 루마니아는 차우세스쿠(Nicolae Ceauşescu)라는 한 독재자에 의해 절망의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김일성과 의형제를 맺은 것으로도 유명한 그는, 비밀경찰을 통해 철권통치를 시행했으며, 아무런 대책없이 소련으로부터 정치적 독립을 발표하여 국가를 빚더미에 앉히기도 했고, 급기야는 빚을 갚기 위해 나라의 농장과 산업시설들을 팔아치우며 자국민들을 기근으로 몰아가기도 했다.

그리고 우습게도 이 시기는 루마니아 예술계의 중흥기이도 하다. 다다이스트들은 스스로를 '발칸의 작은 파리'로 자칭하며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일반대중들에게 그들은 단지 현실과는 무관한 허무주의자에 다름 아니었다. 잔인했던 독재자와 현재를 보지 않았던 예술가들. 아드리안 게니는 이들의 무덤 위에다 끈적끈적한 파이(pie)를 던진다.

지하실과 악몽, 그리고 장례식. 크로테스크하고 우울한 아드리안 게니의 화폭에선 모든 것이 비밀에 쌓여있다. <It could be anywhere, 2008>에선 체포된 사람들을 향해 비밀경찰의 총구가 은밀한 불을 뿜어댄다. 한 인간의 마지막을 기려야할 장례식조차도 <Midnight Funerals, 2008>의 어둠 안에 몸을 감춘 행렬로 조심스럽기만 하다. 즐거움과 웃음으로 가득해야 할 <Nickelodeon, 2008>의 영화관은 시체들의 집합소 마냥 무거운 침묵으로 가득하고, <Anxious to Jump, 2007>의 베란다에선 무기력한 한 남자가 그저 하염없이 땅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숨어있는 사람들에 대한 초상, 작은 상자와도 같은 답답한 삶의 공간. 시대의 불행에 무감각했던 예술가들의 작업실에선 눈을 번뜩이는 개 한 마리가 배회하며 다다의 죽음(<Dada is Dead, 2009>)을 외친다. 작품 사이로 스며드는 검붉은 핏물은 현재를 외면한채 과거와 미래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그들의 무관심을 조소한다. 1989년 혁명으로 독재자는 죽었다. 하지만 독재의 부스러기들은 여전히 남아있고 사회는 무기력한 곤궁과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아드리안 게니가 던지는 파이는 루마니아의 침묵을 겨누고 있다. 그에게는 침묵이 곧 절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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