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nnis Scholl, Ach lieber, lieber Herr Leichendiener, noch nicht in den dunklen Sarg, 68.2 x 57.5 cm, pencil on paper, 2009
출처 : http://www.dennisscho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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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독일 함부르크 출신의 화가로, 9월 11일에 열리는 2010부산비엔날레에 초대될 예정이라고 한다.

하늘은 어디에나 현존한다.
심지어 어둠의 살갗 아래도. ("끝과 시작", '하늘',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지음, 최성은 옮김, 문학과 지성사, p.318)


하늘로 향한 사다리. 그것은 변화에 대한 꿈이자, 공포를 뚫고 나아가려는 열망이다. 지금, 현재는 고문이나 다름없다. 불경한 세상에서 고결한 가치는 단지 위선에 지나지 않는다. 세상이 어두워지면 어두워질수록 탐미를 향한 눈빛은 더욱 환히 빛난다. 정화를 위해 타락의 꿈을 꾼다. 시작을 위해 끝을 꿈꾼다. 천사를 향한 타나토스. 데니스 숄은 검은 피를 흘리며 파괴되어가는 숨결에서 천상의 풍경을 본다.

반복되는 부조리, 탈출에 대한 열망. 이상과 현실에 모두 지쳐버린 19세기말의 작가들이 그러했듯, 연필로 그려진 데니스 숄의 화폭은 고전적이면서도 신비적인 죽음의 이미지로 가득하다. <Selbst als Garten(정원조차도)>의 얼굴 없는 남자에게선 화사한 꽃다발이 피어나고, <Dunkle Jahrhunderte(암흑기), 2010>의 어두운 숲에선 인간의 형상을 이룬 눈(eyes)이 길을 잃고 떠돌아다닌다. 화병을 든 여자는 <Gefäß(그릇)>에서 무한(∞)의 자전거에 탄 채 악마의 꼬리를 물어뜯고, 죽어버린 몸에서 빠져나온 영혼은 <Großer Diamantfries(커다란 다이아몬드 달걀), 2008>에서 거듭되는 죽음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절망적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나무를 올라야만 한다. 죽음 위로 뿌려진 향유, 허무에서 피어나는 꽃. 데니스 숄은 쥐가 득실거리는 시궁창에 고개를 내민 고양이에게서 영혼을 기대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