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nrik Malmström, On Borrowed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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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태국 방콕 출신의 사진작가. 현재 독일 함부르크를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하얀 복도, 이미 적응되어버린 소독약 냄새, 늘 한결같은 창 밖의 안개쌓인 풍경, 휴지통을 가득 메운 티슈와 붕대. 적막한 천장 아래 똑같은 옷, 똑같은 침대, 똑같은 베개, 똑같은 이불이 세상의 전부가 된다. 하지만 병원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사정만큼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겐 크고 작은 죽음과 싸우고 있다. 다른 누군가는 이 싸움을 곁에서 이겨내야하는 사람이 된다. 헨릭 말름스트룀은 이 평온하지만 치열했던 저마다의 싸움을 사진으로 담아내었다.

암에 걸린 여동생, 그녀의 곁을 지켜주던 가족들의 일상. <On Borrowed Time(빌린 시간)>의 풍경은 한 가족이 느꼈던 섬세한 감정의 진폭을 흑백의 기록으로 남긴다. 10여년에 걸친 투병생활에 지쳐가듯 조금씩 야위어가는 여동생의 얼굴, 그녀와 이마를 맞대고 웃음짓는 아버지의 표정. 복도 위를 끌려가는 수액걸이는 불안정한 감정처럼 흔들림을 멈추지 않고, 텅 비어버린 의자엔 싸움의 끝을 기다리던 이들의 초조한 시간만이 맴돌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괴로웠던 시간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헨릭 말름스트룀은 사진을 통해 유예되어졌던 죽음에 감사하고 또 받아들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