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의 첨병으로 불리우는 게임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공각기동대>의 연장선이다. 오시이 마모루는 실재성에 관해 집요한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감각기관을 통해 실재성, 즉 현실을 인지한다. 그렇다면 과연 감각기관을 통해 얻은 인지는 실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3D와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즉 네트워크적인 실재성을 가상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Virtual Reality. 가상현실. 재미있는 말이다. 실재하는 현실과 가상적으로 존재하는 '실재하는 것만 같은' 현실이라니... 개인적으론 이 단어에 회의적이 되었다. reality와 fiction이 있을 뿐, 가상현실은 없다. 물론 둘이 뒤섞일 수도 있고, 정말로 진짜같은 가짜가 등장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러한 가짜 또한 진짜인 것은 아닐까. 책 속의 세상은 픽션이다. 하지만 책이 실재한다는 것은 리얼리티이다. 게임 또한 픽션이다. 하지만 전자기로 존하는 게임 자체는 리얼리티이다.




어쩌면 가상현실이라는 말은 실재 속에 존재하는 픽션에 대한 혼란스러운 개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실재 속에 실재만이 존재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인간은 실재하고, 인간의 말 또한 실재하나, 말의 내용은 픽션일 수 있다. 어쩌면 인간이 발설하는 언어 속에서 진실을 찾고자 하는 집착이 실재성에 대한 혼란의 근원일지도 모른다. 결국, 감각이 받아들이는 모든 것은 실재의 틀 속에 있다. 다만 그 틀이 왜곡될 수도 있고, 틀 안의 내용은 실재가 아닐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