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 Rauch (네오 라우흐)

1960년 구 동독 라이프치히(Leipzig) 출신의 화가. 회화의 부활을 알린 신 라이프치히 화파(New Leipzig School)의 핵심작가로, 데미안 허스트와 사치 갤러리로 대변되는 영국의 개념미술과 비견되는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해체를 넘어선 화합, 부정을 넘어선 긍정. 1989년의 동유럽 혁명은 20세기 내내 갈라져있던 세계의 변곡점이었다. 정치적으로는 추상적인 사상들 대신 실제적인 문제들이 전면에 부각되었고, 문화적으로는 공산주의에 대한 추종 혹은 혐오로 인한 왜곡들이 지워지기 시작했다. 영화에서 프랑스는 동유럽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여주었고, 새로운 예술가들의 출현에 68세대는 점차 하락세로 들어섰으며, 베를린은 일약 발칸 반도와 그 주변을 아우르는 실험예술의 중심으로 발돋움했다. 잔재로만 생각되던 전통에 대한 담론을 제시했던 네오 라우흐는, 냉전 이후 베일을 벗던 동유럽 예술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두드러진 조명을 받은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자본과 만난 사회 사실주의(Social Realism). 순간의 흥미, 신기술과 상업성, 진의를 알기 힘든 추상적인 개념이 지배적인 가운데, 인간의 마음에 대한 네오 라우흐의 관심은 즉각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피아노 치는 여성과 그네를 탄 아이들, 그리고 작업장의 인부가 한 화면에 담긴 <Die grosse Störung(동요의 크기), 1995>,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그려진 <Stoff(물질), 1998> 등에선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맞서고 있는 인물들의 일상이 절제된 색감으로 묘사된다. 추운 겨울 미사일 포대 앞에서 연탄을 키고 있는 <Versprengte Einheit(흩어진 부대), 2010>에 대한 기억, 문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무언가에 대한 기대 혹은 공포에 사로잡힌 <Paranoia(편집증), 2007>의 팽팽한 긴장감,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혼재되며 때론 진지하게, 때론 우스꽝스럽게 드러나는 삶의 모습들. 네오 라우흐는 불행했던 이념과 허무했던 예술 안에 다시금 인간의 마음을 불어넣기 위해 삶에 대한 집요한 관찰을 이어가고 있다.

Neo Rauch, Dämmer(황혼), oil on canvas, 250*210cm, 2002
출처 : http://www.art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