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 Fredenucci, Lower broadway looking north, 80*80cm


Jean Fredenucci (쟝 프레데누치)

프랑스 마르세이유 출신의 음악가이자 화가.

도시는 유물이 되었다. 운하는 거대한 빌딩숲 사이를 가로지르며 지나가버린 옛 영광을 허무하게 노래한다. 고답적인 의상의 인물들은 유유자적 곤돌라의 노를 저으며 건조한 메트로폴리스의 숭고를 만끽한다. 쟝 프레데누치의 회화에는 시공간의 역전이 있다. 영화 <혹성탈출>에서 우리에 갖힌 인간들을 원숭이들이 감상하듯, 현대문명은 폐허가 된다.

과거로써의 현대, 마천루에 부치는 송가. 인파와 차량으로 가득하던 뉴욕의 <Canal Street>에는 뱃사공들 뿐이다. 마치 대홍수가 덮치고 수십세기가 지난냥, 맨해튼도, 브로드웨이도, 끝없는 물길로 이어진다. <Wind>에선 지하철에서 올라오던 바람 대신 자연의 바람이 여성의 치맛자락을 들어올린다. 분주한 인공의 불빛이 사라져버린 도시는 생각보다 그리 우울하지는 않다. 오히려 원시림의 경건함 내지는 현재의 유적지에서 갖게 되는 황혼의 호기심들을 느낄 수 있다. <Empire state building> 앞을 지나며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르키는 한 남자에게서 비아냥을 기대하는 건, 어쩌면 현재에 드리워진 전망들이 너무 우울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