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시즌6로 이별을 고한 로스트는 왠지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를 봤을 때랑 비슷한 느낌을 주며 막을 내렸다. 명작 혹은 걸작이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하지만, 정말 기억할만한 천재적 소행이 아닐가 하는... 뭐 그런.


사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작품이었고, 워낙 얼키고 설키는 인과관계와 과거이야기 때문에 떡밥 드라마라는 모진 비판도 있었더랬다. 6명만 지나면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사람들로 연결된다는 사회학적 모티브에서 시작한 작품. 가끔 어처구니 없이 느껴질 때도 물론 있었지만, 실제로 삶에서도 이런 이상한 인연들이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령 예전 여자친구의 친구가 초등학교 같은 반 동창이었다든지, 아니면 최근에 우연히 알게 된 사람이 또 예전에 우연히 알게 되었던 사람과 아는 사이인 경우도 있었고, 기타 등등... 흠흠



"What's done is done or If it's meant to be it's meant to be"

어쨌든 시즌6가 시작할 때만 해도 도대체 어떻게 끝내려나 걱정되던 로스트의 마지막은 해피엔딩이라고도, 새드엔딩이라고도 부를 수 없을, 차분한 유종의 미를 보여주었다. 그렇게 시간선을 꼬아대고, 새 시즌의 시작 때마다 순전히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서 지난 시즌을 돌이켜보게 했던, 길고도 장대한 이야기가 결국 "이미 벌어진 일은 벌어진거야. 되도록 되어있다면 되겠지"로 충실하게 압축된다는 건 다소 의외라고 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ㅎㅎ

'what's done is done'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서 어떻게 해도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애석해하는 대사이기도 하다. 이만 보내야 한다고, 그만 놓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미련이나 후회, 집착 등을 버리기가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니... 잃어버린 것들을 잃어버렸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한 사람, 한 사람이 지녔던 시간들. <로스트> 시즌6는 모든 사람들의 기억을 모으는 과정이었던 듯 싶다.

오세아닉 815도 이제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