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물이 된 인간, Peter Feiler
Peter Feiler (페터 파일러)
1981년 독일 할레(Halle an der Saale; 독일 중동부 내륙지역) 출신의 화가로, 현재는 베를린에서 작업 중이다.
스펙(spec; specification)으로 말하는 세상. 자본주의는 '더'라는 말을 사랑한다. '더' 나은 기술이 적용된 '더' 나은 상품들은 '더' 나아보이게 하는 마케팅과 함께 끝없이 '더'를 외쳐댄다. 호황기의 경쟁은 적당한 인플레이션으로 보호되고,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낳는다. 하지만 호황의 다음에는 불황이 오기 마련이다.
'덜' 팔리는 시기의 '더' 팔리려는 노력.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는 경쟁의 인플레이션. 필요하든 필요하지 않든, 모든 것은 이제 '더' 요구되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구 동독(GDR)에서 1980년대 호황기 자본주의가 가져온 승자로써의 어른들을 바라봤던 페터 파일러는, 현재 그들이 낳아 성장한 아이들의 표정에서 남아있는 것이라곤 경쟁 뿐인 삐뚤어진 스펙들을 본다.
최후의 심판을 패러디하듯 <Final Examination, 2001-2002>의 젊은이들은 성스러운 분위기 아래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스스로가 타락할 수 있는지를 증명해야 하고, 경쟁에서 낙오한 <Retraining, 2009>의 아이들은 잔인한 형벌을 받으며 서슴없이 자신을 더럽힐 수 있는 훈련을 다시금 거쳐야만 한다. <Prof. Schlechter reads the breaking news, 2009>의 늙은 교수는 세세하게 묘사된 세상의 추악한 모습과는 상관없이 고고한 위치에서 <Artificial, 2009>의 끊임없이 남성의 성기에 노출되는 인공물이 되어버린 여성을 바라보고, <Trash People Trash, 2004>에선 고장나버린 상품처럼 쓸모가 없어진 사람들이 쓰레기처럼 버려져버린다. <The last man, 2002>처럼 경쟁의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죽음의 그림자만이 남게되든, <The ship of fools in a torrent of terror>처럼 격류에 휩쓸려 결국 모두 함께 좌초하게 되든, 페터 파일러가 예측하는 인류의 결말 속에서 생기있는 인간의 존엄성 따윈 찾아볼 수 없다.
동화적인 그림체로 섬세하게 그려진 묵시록적인 풍경들, 'Arete(선)'가 사라진 'Art(기술)'의 세계. 사람들은 타인의 얼굴에서 누가 '더' 나은가만을 생각하고,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넣기 위해 과다한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남아있는 거라곤 모든 이에 대한 불신감과 하나의 상품으로써 마케팅되는 스펙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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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나니씨의 포스팅이 히치윈드의 천번째 포스팅이 되겠네요. 추카추카!!! 히치윈더들이여! 벌써 우리가 이렇게 걸어온 거야? ㅜ.ㅜ
답글삭제나니의 포스팅에 나니가 보여요 ㅎㅎ '더'라는게 인간의 본성같아요.ㅠㅠ 오히려 자본주의의 극한의 극한에 살고 있기에 개인 사생활의 어떤 부분에 한해서 '덜'을 찾는 사람들도 생긴 것 같기도 하고... 무서운 현실과 무서운 그림. ㄷㄷ
답글삭제ㄷㄷㄷ 끔찍해~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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