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Feiler, The ship of fools in a torrent of terror
Pencil, colored pencil, acrylics and gouache on paper, Triptych, 450*390cm, 2008-2009
출처 : http://www.galerieadler.com/


Peter Feiler (페터 파일러)

1981년 독일 할레(Halle an der Saale; 독일 중동부 내륙지역) 출신의 화가로, 현재는 베를린에서 작업 중이다.

스펙(spec; specification)으로 말하는 세상. 자본주의는 '더'라는 말을 사랑한다. '더' 나은 기술이 적용된 '더' 나은 상품들은 '더' 나아보이게 하는 마케팅과 함께 끝없이 '더'를 외쳐댄다. 호황기의 경쟁은 적당한 인플레이션으로 보호되고,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낳는다. 하지만 호황의 다음에는 불황이 오기 마련이다.

'덜' 팔리는 시기의 '더' 팔리려는 노력.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는 경쟁의 인플레이션. 필요하든 필요하지 않든, 모든 것은 이제 '더' 요구되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구 동독(GDR)에서 1980년대 호황기 자본주의가 가져온 승자로써의 어른들을 바라봤던 페터 파일러는, 현재 그들이 낳아 성장한 아이들의 표정에서 남아있는 것이라곤 경쟁 뿐인 삐뚤어진 스펙들을 본다.

최후의 심판을 패러디하듯 <Final Examination, 2001-2002>의 젊은이들은 성스러운 분위기 아래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스스로가 타락할 수 있는지를 증명해야 하고, 경쟁에서 낙오한 <Retraining, 2009>의 아이들은 잔인한 형벌을 받으며 서슴없이 자신을 더럽힐 수 있는 훈련을 다시금 거쳐야만 한다. <Prof. Schlechter reads the breaking news, 2009>의 늙은 교수는 세세하게 묘사된 세상의 추악한 모습과는 상관없이 고고한 위치에서 <Artificial, 2009>의 끊임없이 남성의 성기에 노출되는 인공물이 되어버린 여성을 바라보고, <Trash People Trash, 2004>에선 고장나버린 상품처럼 쓸모가 없어진 사람들이 쓰레기처럼 버려져버린다. <The last man, 2002>처럼 경쟁의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죽음의 그림자만이 남게되든, <The ship of fools in a torrent of terror>처럼 격류에 휩쓸려 결국 모두 함께 좌초하게 되든, 페터 파일러가 예측하는 인류의 결말 속에서 생기있는 인간의 존엄성 따윈 찾아볼 수 없다.

동화적인 그림체로 섬세하게 그려진 묵시록적인 풍경들,  'Arete(선)'가 사라진  'Art(기술)'의 세계. 사람들은 타인의 얼굴에서 누가 '더' 나은가만을 생각하고,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넣기 위해 과다한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남아있는 거라곤 모든 이에 대한 불신감과 하나의 상품으로써 마케팅되는 스펙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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