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규섭, mo.mentre.call 106, mixed media, 113*197cm, 2010
출처 : 네오룩닷컴

일시 : 2010.02.05 ~ 2010.02.18
장소 : 아트스페이스 H

서울의 거리에선 하늘을 볼 수가 없다. 높이 솟은 빌딩들, 화려하게 장식된 디스플레이창, 손 안에 든 핸드폰 등 시선은 언제나 사각의 창 안에 가두어진다. 혹여 가던 길을 잠시 멈춰서서 무언가를 오랫동안 지켜보려하면 으레 위험하거나, 최소한 이상한 일로 취급되기 쉽상이다. 거리에서 눈은 보고 있지만 아무 것도 보지를 못한다. 기억에 없는 거리. 윤규섭 작가는 서울의 거리 위에서 쉽사리 지나가버린, 혹은 기억도 하지 못한 순간들을 찾아 다시 꺼내어놓는다.

어딜가든 디지털카메라나 폰카 등을 꺼내들고 기록으로 남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상 중의 하나가 되었지만, 나중에 찍은 사진들을 확인할 때면 낯설고 어색한 기분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빠르게 움직이는 발걸음. 분명히 보았지만 보지 못했던 풍경. 거리에선 멈춰설 수가 없기에 모든 것이 아주 쉽게 지나가버린다. 윤규섭 작가의 <mo.mentre.call>의 연작들은 마치 흔들린 사진들을 보듯 '쨍'하지 못하다. 어쩌면 소위 쨍한 사진들이 열광되는 건 거리 위에서 쨍하게 바라볼 수 있는 순간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기록들만 남아 어색해져버린 순간. 새로운 것들로 채워지는 서울의 거리는 그만큼이나 기록을 남기려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하지만 기록으로 남은 순간들은 기억으로 허용받지 못한 채 무관심한 과거로 흘러가버린다. 기록을 위한 기록, 빠르게 대체되는 순간, 그리고 잃어버린 촛점. 윤규섭 작가는 차갑게 식어버린 기억에 애써 다시 불을 짚히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