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위키피디아


"이 아이는 그저 안기기를 바라는 보통의 아기일 뿐이예요."

벤 스틸러가 <미트 페어런츠 2(Meet the Fockers, 2004)>에서 로버트 드 니로에게 던진 말. 이 영화에서 드 니로는 친척아기를 늘 데리고 다니면서 보살펴주고 있지. 그는 이 아이가 보통 아기가 아닌 천재라고 믿으면서 유아들을 위한 말을 가르치지. 가족들에겐 아기가 울어도 절대 안아주지 말고 혼자서 울음을 멈추기를 기다리라고 해. 안아주는 버릇이 들면 안된다나.

제이 로치(Jay Roach) 감독은 교육에 대한 아주 멋진 지점을 꼬집어냈어. 감성과 사랑으로 상징되는 이국적인 느낌의 벤 스틸러 가족과, 이성과 교양으로 상징되는 영미적인 느낌의 드 니로 가족을 대비시키면서 이 지점을 잘 보여주지. 감독이 비록 감성에 대한 거의 일방적인 예찬을 하고 있긴 하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공감할만한 것이었어.

보통의 아이들이 학창시절을 겪으면서 부모님에게 듣는 말이라곤 고작 "공부나 해"류일거야. 어른들은 늘 우는 이유에 대해선 무관심하지. 울음을 해소해주는 과정이 정말 중요한 교육이라는 걸 생각이나 해 보는걸까. 자신의 아이가 천재라고 믿으면서, 혹은 천재라고 믿는 다른 부모님들에게 뒤지기 싫어서 어렸을 때부터 강제적으로 지식 주입을 시작하지. 하고 싶어하는지 아닌지도 묻지 않고 "그냥 해"라는 식으로 말이야. 그런 지식을 왜 익혀야 하는지, 익히면 무엇이 좋은지 같은 정말 중요한 물음엔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아. 내가 어렸을 때 "왜 공부 해야 돼?"라고 물었을 때 어른들이 해준 답은 고작 "좋은 대학에 가야지"라든가 "훌륭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야"가 전부였어. 정작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왜 좋은 대학에 가야하는지, 그걸 알아서 어떻게 훌륭한 어른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문제가 많다고 하지. 일진회가 몇 십만이라느니, 툭하면 왕따에 자살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와. 그리고 대학 신입생들에게 늘 하는 말은 고정되어 있어. 요즘 아이들은 정말 무식하다는 것. 듣자하니 IQ도 점점 올라가고 있고, 입시도 점점 더 쉽게 바뀌고 있는데도 말이지. 그럼 문제는 하나야. 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이라고 했던가. 말 그대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거야. 어른이 겉에 보이는 모습에 치중하다보니, 아이들도 겉에 보이는 모습에 치중하고 있는거지. 어른들은 늘 좀 더 과장된 집과 차와 옷을 바래.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도록 말이야. 그리고 자신을 대단하게 봐주지 않으면 싫어해 버리지.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도 있듯이, 아이들은 그냥 어른들을 따라하고 있을 뿐이야. 아이들이 학창시절에 배우는 건 쓸모없는 지식들과 이런 어른들의 사치 뿐이야. 어른들이 자기를 치장하느라 여념이 없을 때, 아이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에 당황하면서 어른들을 모방하지. 일진회나 왕따라는 걸 잘 살펴보면 그 잘난 어른들의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 않아. 아무런 심각한 고민도 없이 사람을 미워하고, 겉모습에 힘주는 걸 잘 봐봐. 결국 겉멋일 뿐이고, 자신의 빈약한 속모습이 들어날까 두려워하는 허세일 뿐이지. 상상력의 고갈, 관용의 빈곤, 생각하기를 두려워하는 지식들의 홍수. 백지와 같은 아이들은 그냥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야.

노스텔지아의 저주. 그나마 순수했던 자신들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들.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에게 그런 건 필요없어. 아이들이 노스텔지아에 노출되면 순수했던 마음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왠지 모르게 그럴 듯 해 보이는 것"들만 취하기 마련이지. 우리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이란 건 보다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 뿐이야. 그 속에서 겪는 모든 일들이 자신만의 꿈을 키워나가는 데에 도움이 될거야. 아카데미는 원래 지식보다는 사람을 만나기 위한 곳이었어. 하지만 이젠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하는 곳이 되어버렸지. 아이들을 좀 더 믿고 감싸줘야해. 그들은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을거야. 그걸 막으려고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지. <원피스(One Piece)>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세상을 원망하지 말라고 했던가. 멋진 말이야. 그들이 길을 잃고 엉뚱한 호수에 들어가도 때론 따뜻한 시선으로, 때론 열정적인 슬픔으로 감싸줄 수 있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