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rangement in Green and Black: Portrait of the Photographer’s Mother Series, 2002-2005.
Ilford warm tone matt paper, two sizes: 11 x 14 and 16 x 20 inches. Edition of 25, 4 artist’s proofs. Courtesy of the artist.
출처 : http://www.alinesmithson.com/


Aline Smithson (알라인 스미슨) : 홈페이지 보기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활동 중인 사진작가.


문득 문득 찾아오는 일상의 낯선 순간. 어릴 때 문학소녀가 아닌 여성이 없으며, 젊을 때 한 가닥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웃음섞인 따뜻한 비아냥처럼, 점점 나이가 들어 가족이 생기고 아끼는 것들이 많아지다보면 어느샌가 덧없이 지나간 어린 시절의 순수함들이 그리워지곤 한다. 할머니의 끝날 줄 모르는 장대한 러브스토리와 부모님의 생기롭던 젊은 시절의 허세에는, 비록 과장이나 각색이 넘쳐날지도 모르지만, 포기되어버린 꿈과 좌절, 그리고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은 삶에 대한 불안감 등이 묻어있다. 가족의 기억, 그리고 사람이 남기는 흔적들. 화려하다거나 프로페셔널하진 않지만 일상의 독특한 감흥이 있는 토이카메라의 사진들로 채워진 <Toy Camera>, 그리고 작가 스스로가 모아놓은 사진첩에서 도대체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사진을 바라보며 조금은 쓸쓸한 감상에 젖어드는 <People I don't Know>등, 알라인 스미슨은 평범한 삶에서 언뜻 드러나는 일말의 진실들을 온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James McNeill Whistler, Arrangement in Grey and Black: The Artist's Mother, 1871


휘슬러(James McNeill Whistler)의 <Arrangement in Grey and Black: The Artist's Mother>를 오마쥬한 <Arrangement in Green and Black: Portrait of the Photographer’s Mother>에선 작가 자신의 어머니가 작가의 사진 속 모델이 되어 지난 시절 어쩌면 바랬을지도 모르는 캔버스 속의 삶을 흉내내며 즐거운 공상에 빠져든다. 엘비스 프레슬리처럼 화려한 의상을 입고 마이크를 손에 쥔 어머니, 혹은 드가의 발레리나처럼 발레복을 입고 우아한 포즈를 짓는 어머니, 또 때론 코끼리를 훈련시키는 조련사처럼 나른해보이는 살찐 개 앞에서 비장한 표정으로 채찍을 잡고 있는 어머니. 그녀는 휘슬러의 '미국의 위대한 어머니'들이 아닌, 미국에 살고 있는 한 사람이자 작가의 어머니로써의 어머니로 사진 속에 담겨진다. 삶에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들, 그리고 이유없이 찾아오는 불안감들. 알라인 스미슨의 작업은 미소짓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