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1일 수능과 빼빼로데이가 국내를 강타했다면, 그보다 이틀 전 11월 9일 베를린에서는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 행사가 전세계의 이목을 잡아끌었다. 1961년 세워져 1989년 붕괴될 때까지 28년간 이념으로 양분되어있던 세계를 우울하게 이야기하던 베를린 장벽. 이 역사의 폐허에 20개가 넘는 국가에서 15,000명에 달하는 예술가와 자원봉사자들이 찾아들어 독일의 통일을 축하하고 세계의 화해를 염원하는 1.5km에 달하는 도미노 장벽이 세워졌다.



브란덴부르크 문(Brandenburg Gate)와 포츠다머 플라츠(Potsdamer Platz)를 가로지르는 2.5*1m 크기의 천여개의 도미노 작품들. 베를린 쿨투프로옉테(Kulturprojekte)에 의해 주도된 대형프로젝트는 지난 5월 괴테의 돌(Goethe Stones)라고 이름붙인 커다란 도미노를, 한국을 비롯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예멘, 중국, 인도, 터키 등 전세계의 예술가들에게 뿌리며 시작되었다. 40개의 트럭이 동원된 26,000km에 달하는 장대한 도미노의 여정. 독일의 슈피겔지(SPIEGEL)는 프로젝트의 참여자 중 한 사람인 작가 황석영을 특별히 언급하며 이번 행사에 대한 국내의 반응을 궁금해하기도 했다.




우천 속에서도 자리를 가득메운 감동적인 역사의 재현. 차가운 빗속에서 평화를 바라는 시민들은 폭죽의 불빛 아래 쓰러지는 도미노의 장벽에 환호성을 질렀다. 슈타츠카펠레 베를린 오케스트라(Staatskapelle Berlin orchestra)의 연주가 이어지는 감격적인 현장엔 힐러리 클린턴과 고든 브라운 영국 전 수상,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을 비롯, BBC와 CNN, ABC 등 유수의 언론사들 또한 11월 9일 7시 30분의 베를린에 대한 전세계인의 관심을 증명하듯 빼곡히 자리를 메웠다. 쓰러진 도미노 장벽은 다시금 전세계를 돌며 평화의 마음을 전할 예정이라고 한다.



반세기에 이르는 역사의 갈등, 그리고 아직도 끝나지 않는 싸움. 전세계인들은 독일의 치유를 축하하며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인 한국을 바라보았으나, 정작 국내의 언론사는 단신으로 짧막하게 소개하는데에 그쳐 너무나도 유감스럽다. 통일된 독일은 서로를 바라보고 과거에 맞서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화해는 마주보고 대화하지 않으면 얻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괴롭더라도 마주봐야만 한다. 그게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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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boston.com/bigpicture/2009/11/the_berlin_wall_20_years_gon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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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ymodernmet.com/profiles/blogs/symbolic-art-berlin-w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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