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희, You make me smile, acrylicmarbling on canvas, 73*100cm, 2009

일시 : 2009.09. 23~2009.10.10
장소 : 유 아트스페이스(청담동)

환상으로 채워진 일상행위, 성은 여전히 모종의 금기이며 대놓고 말하기에는 어색한 소재이다. 성을 싫어하는 사람은 보기 드문 반면, 불편해하는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성을 대하는 태도는 이중적이다. 사람의 몸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나신을 보는 시선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물리와 심리 간의 메울 수 없는 간격은 문명과 함께 커져만 왔다.

<Sleepless Night>전은 과다한 의미를 부여받아왔던 성에 대한 상징들로 가득하다. 인류의 역사에서 오랫동안 '타고' 다녔으며, 건장한 육체로 인해 퇴폐적 미학의 중심에 있었던 말(horse)은 김지희 작가의 주요한 소재이다. 얼룩말의 얼굴을 하고 있는 여성의 신체. 여성의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화장은 흔히 예뻐지기 위한 노력으로 말해지지만, 어쩌면 자신의 진짜 얼굴을 감추는 하나의 기제일지도 모른다. 얼룩말의 얼굴은 화장에 대한 암시와 그 이면에 숨겨진 욕구를 표출시키고 싶어하는 이중적 기호로 작용한다.

김지희 작가의 아크릴 채색 작업은 단조로운 색채와 형태로 표현된 디테일, 그에 비해 과다하게 이미지의 집중이 일어나는 얼굴의 대비로 상당히 공격적인 느낌을 준다. "You make me smile" 연작에서는 레즈비언 커플이 연상되며, "슬프지만 진실"과 같은 작업에서는 성적 학대를 당한 여성이 피를 흘리며 주검으로 놓여져있는 장면이 그려져있다. 작가는 욕망의 대상으로 비추어지는 여성에 대한 시선을 거부하기는 커녕 오히려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성적 판타지가 베어있는 신체의 특정부분들이나 각종 물건들. 문명이 각종 예절들로 숨겨놓은 밤의 어둠이 밝고 환한 색채의 조명에 직접적으로 노출된다.

고전적인 터치로 처리된 배경에 덩그러니 얼룩말의 얼굴이 그려진 무채색의 드로잉 작업은 기묘한 이질감과 불편함을 준다. 예술에서 관능으로 미화되었던 고전적 언어들을 작가는 냉소적으로 비틀어낸다. 고전 속의 포르노그래피. 칼, 지팡이, 나무 등 각종 정신분석학적 상징들에 말을 타고 있는 남자와 여성의 신체를 더듬고 있는 천사들의 모습 등 노골적인 언어가 더해진다.

<Sleepless Night>전은 자세히 살펴볼수록 직관적인 첫인상 틈새로 상징적인 기호들이 흘러나온다. 사회 속의 당당한 여성들은 하이힐을 신고, 화장을 하며, 몸매를 드러내는 의상을 입는다. 그녀들은 보여지는 데에 익숙하다. 하지만 그녀들의 시선은 여전히 금기의 한 부분으로 환상에 머무를 뿐이다. 김지희 작가는 강박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일상적인 욕망들을 드러낸다. 보여지는 캔버스는 바라보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