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덕, 비물질적 친환경제품, 투명용기에 라벨부착, 18.2×8.4cm, 16.3×7.5cm, 13.6×7.5cm, 가변설치, 2009
유승덕, 품질보증서 및 사용설명서, 21×21.9cm, 2009
출처 : 네오룩닷컴

일시(1차) : 2009.09.23~2009.09.30
장소 : 갤러리 AG(영등포 대림2동)

일시(2차) : 2009.10.06~2009.10.12
장소 :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안산)

19세기의 유럽에서 유령이 배회하고 있었다면, 2009년의 세계엔 녹색이 배회하고 있는 것 같다. 환경문제는 이미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는 인류 공동의 문제라는 것만큼은 분명하지만, 지금의 녹색바람을 그다지 순수하게 바라볼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몇 해전 웰빙 바람이 불어왔을 때, 다이어트 산업이 미용 대신 건강으로 전략을 수정하여 스스로에게 당위성까지 부여했던 게 기억난다. 심지어는 정크푸드로 비난을 받았던 패스트푸드조차 웰빙을 공공연히 떠들어대지 않았던가.

유승덕 작가는 <봉이친환경컨설턴트(Bon-i Eco-Friendly Consultant)>에서 자연을 상품화한다. 대동강물을 팔았던 봉이를 전면에 내세우며, 물 좋고 공기 좋다는 곳의 바람을 유리용기에 넣어 판매하는 <비물질적 친환경제품>엔 소유의 부조리성이 담겨있다. 자본주의와 소유는 서로를 격려하며 성장해왔다. 사람 뿐만 아니라 제품에도 이미지는 핵심으로 자리잡는다. 제품은 필요에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허영의 만족을 위해 소비되어진다. 인기스타는 자신의 이미지를 상품에 덮어씌우고, 광고는 권위를 생산한다.

2006년 여름에 진행되었던 <봉이와 떳다방 갤러리>에서 작가는 한창 유행을 타던 판교를 비롯한 재개발지구의 땅을 판매하며 땅투기 열풍에 대한 짙은 냉소를 보여주었다. 단돈 천원에 판매되는 재개발지구의 땅에 유혹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과연 어디에 있을까. 아파트 한 채조차 완성되지 않았지만 판교는 미래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내며 거품을 키워갔다. 살기 위한 집이 아닌 투기를 위한 집. 환상을 부추기는 광고만으로 충분히 상품은 판매되었다. 신도시의 돌들을 아크릴 박스에 담고, 판매하는 땅을 근접해서 촬영해놓은 <It's different> 연작처럼 투기열풍은 무감각한 인간의 욕심만을 남겨놓은 채 깊은 상처로 남았다.

아무런 경계도 없고 그저 놓여져 있을 뿐인 대지에 대한 구획은 <봉이친환경컨설턴트(Bon-i Eco-Friendly Consultant)>에서 모든 자연물로 번져간다. 물을 사서 마시는 게 자연스러운 일상을 돌이켜보면 마냥 웃을 수만도 없어 씁쓸하다. <절대무공해지구 체험공간>과 같은 영상작업은 영화 <데몰리션 맨(Demolition Man, 1993)>이나 <매트릭스(The Matrix, 1999)>를 연상시킨다. 자연 그 자체보다 자연에 대한 감상을 제공하는 제품의 우위. 3면에 투사되는 영상은 우울한 묵시록에 가깝다.

아마 앞으로 기업들은 스스로를 녹색으로 칠하기 위해 점점 부산스러워질 듯 하다. 유승덕 작가는 <봉이친환경컨설턴트(Bon-i Eco-Friendly Consultant)>에서 친환경으로 간판만 바꾼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를 말한다. 제품 곳곳에는 약장수의 만병통치약처럼 친환경 표시가 빠지지 않고 포장되어 환경문제에 대한 판타지를 제공할지도 모르지만, 돈을 먹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자본주의의 폭식이 멈추지 않는다면 친환경은 소비자에 대한 기만에 불과해져버릴 것이다. 자기절제가 없다면 결국 멸종의 위기가 찾아오는 게 자연의 이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