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ty)은 미술이나 문학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는 익숙한 용어이다. 초사실주의 또는 극사실주의로 번역되기도 하는 하이퍼리얼리즘은 말 그대로 사실적인 것을 넘어, 있는 그대로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 담겨있다. 헝가리 영화 <4개월, 3주... 그리고 2일(4 Months, 3 Weeks and 2 Days; 4 Luni, 3 Saptamini Si 2 Zile)>은 영화에서의 하이퍼리얼리티에 대한 시도이다.

<모가리의 숲(殯の森)>, <잠수종과 나비(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 <밀양>, <파라노이드 파크(Paranoid Park)>,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My Blueberry Nights)>,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 등 걸출한 작품들로 기억되는 2007년의 칸 영화제에서 당당하게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이 작품의 첫 느낌은 당혹스럽다이다. 낙태라는 하나의 사건을 다루고 있는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이슈에 대한 어떠한 해석도 하지 않는다. 작가의 언어를 극단적으로 자제하며 단순히 보여주는 걸로 만족하는 크리스티앙 문쥬(Cristian Mungiu)의 연출력을 칭찬해야 할지, 아니면 그 인내심에 경탄을 해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주인공의 가족이 식사 중의 대화를 10분 넘게 롱테이크로 잡은 씬은 단연 압권이다. 아무런 감정이입도 설명도 없지만, 그 순간 관객은 주인공이 되어 밀려오는 짜증감에 그대로 노출된다. 영화가 가지는 강점에 대한 감독의 치밀한 탐구가 영화적 극사실주의라는 장르 속에서 어떻게 발현될 수 있는지를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다.

장면장면에서 인물들이 보여주는 선택들 또한 충격적이며, 관객들에게 어떠한 이해나 동의도 구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판단의 개연성이나 구성력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사건 자체가 영화의 모든 것이다. 사건이 끝나자마자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올라가는 엔딩크리딧에는 할 말까지 잃게 된다. 자신을 숨긴 채 노골적이면서도 완벽에 가까운 무관심으로 마음을 심난하게 하는, 임팩트가 강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