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고나면 역시 임순례 감독이라는 찬사를 하게 된다. 영화 <날아라 펭귄, 2009>은 그녀의 대가다움이 여실히 배어나는 작품으로, 풍자와 해학의 웃음을 통해 한국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끔 한다. 날카롭지만 공격적이지 않고, 절묘한 균형감각이 돋보인다.

<날아라 펭귄>은 4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옴니버스형 작품이다.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 2006>이나 오정희 작가의 "유년의 뜰"처럼 각 에피소드들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흐름을 가진다. 예닐곱개의 학원을 다니며 각종 선행학습과 영어에 시달리는 아이의 유년기부터 시작해서, 채식주의자이면서 술을 못하는 청년이 직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보여주고, 가족을 미국으로 유학보낸 기러기 아빠가 겪는 비애를 거쳐, 노년기에 찾아온 부부가 겪는 갈등들로 이어진다.

영화의 연결선상에는 한국에 사는 한 남자의 모습이 있다. 어릴 때는 과다한 공부에 시달리고, 성년이 되어서는 직장 속에서 주변인들의 시선으로 인해 방황하며, 장년에 이르러선 가족 때문에 고민한다. 그리고 노년이 되면 서먹서먹해진 아내와 어찌해야 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인권위 제작의 <여섯 개의 시선> 시리즈의 연장에 있는 이 작품에선 임순례 감독의 원숙함이 돋보인다. 문소리의 능청스러운 모습과 정혜선, 박인환 등의 원로배우들의 맛깔나는 연기 등은 영화를 살려주는 캐스팅의 표본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너무나도 일상적인 장면을 가깝고도 낯설게 만드는 영화 <날아라 펭귄>은 시대의 우스꽝스러운 자화상이다.